대통령실 "美관세 최악 상황 면해"…'속도보다 국익' 협상 2차전 준비

정책실장 주재 대책회의…김용범 "국익 관철이 더 중요한 가치"
위성락·여한구 협상 결과 대통령실과 공유…車·철강 지원책, 수출대책 마련 지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관세 관련 서명 서한을 공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불행히도 우리 관계는 상호적이지 않았다"면서 "2025년 8월 1일부터, 우리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품목별 관세와 별도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 이라고 밝혔다. 2025.7.8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리나라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발송했다. 대통령실은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며 관세 부과가 시작되는 내달 1일까지 협상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8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대미 통상 현안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의 관세 조치 현황과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윤창렬 국무조정실장과 하준경 경제성장 수석,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김진아 외교부 2차관,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앞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는 내달 1일부터 우리나라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용범 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한미 통상장관·안보실장 협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양·다자회의 계기에 양국 간 호혜적 결과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다양한 이슈를 포괄해 최종 합의까지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속한 협의도 중요하지만 국익을 관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가치"라며 "당장 관세율이 인상되는 상황은 피했고, 7월 말까지 대응시간을 확보한 만큼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3주 간의 협상 시간을 더 벌게 된 셈인데 시간에 쫓기지 않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취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8월 1일 발효일이) 확고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100% 확고하지는 않다"며 "만약 그들이 전화해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뭔가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것에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 온 관세 부과 시점을 번복해 온 만큼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미국과 윈윈하는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회의에서는 대통령실과 관계부처는 워싱턴DC에서 머물고 있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협상 내용을 공유 받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과 주한미군 등 안보 현안이 얽혀있어 안보 관련 협상이 관세 협상에 미치는 영향도 논의됐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안보차원의 한미 협력이 관세 협상에 어떤 영향이 미쳤는지에 대한 얘기들이 나왔다"고 전했다.

관세 부과에 직격탄을 맞는 업종에 대한 대책도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이후 이뤄질 협상 방향과 시나리오별 대책도 점검했다.

김 실장은 "현재 시장 반응은 차분하다"고 진단하며 "수출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자동차·철강 등 국내 관련 업종에 대한 지원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는 한편, 시장 다변화 등 수출 대책도 보강해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실은 방미 중인 위 실장이 9일 귀국하는대로 정책실·국가안보실 간 공동회의를 개최해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위 실장은 7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갖고 고위급 교류를 포함한 한미관계 발전 방안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우리 측은 "조속한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제반 현안에서 상호호혜적 결과를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했고, 미국 측은 공감을 표하며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 대상 관세 서한이 오늘 발송됐으나 실제 관세 부과 시점인 내달 1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양국이 그전까지 합의를 이루기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한편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새 정부 출범 이후 시간이 촉박했던 것에 미뤄 관세가 인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본다"며 "확보된 시간 만큼 더 나은 결과를 얻길 바라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결하고자 하고, 정상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좀 더 국익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