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실용·파격…이재명 정부 첫 장관 인선 제1원칙 '유능함'
과기·중기 장관에 AI 전문가, IT기업인 발탁…벤처부터 대기업까지 AI 올인 전략
64년 만의 문민 국방장관, 해수부 장관에 부산 의원…尹정부 농식품부 장관 유임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깜짝' 발표했다. 기업 출신은 물론 노동조합 간부, 국회의원 등을 두루 발탁했는데 전문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유능함'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3강' 진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관련 부처에 전문가를 발탁했다. 실력만 있다면 전 정부 인사도 활용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통합 의지도 반영됐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11개 부처 장관 인사와 신임 국무조정실장을 발표했다.
'유능함'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에 따라 이재명 정부에는 기업 출신들이 속속 발탁되고 있다. 신설된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장관 인선에서도 '파격'을 선보였다.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지명한 것. 엔지니어 출신인 배 후보자는 SK텔레콤 미래기술원 AI 선임연구원, LG유플러스 AI플랫폼담당 상무, 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장을 거친 AI 전문가다. 지난 2020년부터 LG AI연구원장을 맡아 LG그룹의 AI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하 수석에 이어 첨단 기술과 산업을 담당하는 과기부 장관에 AI 전문가를 발탁해 'AI 3강' 진입이라는 비전 실현에 힘을 싣겠다는 시그널을 준 셈이다.
이재명 정부의 'AI 올인' 전략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에서도 드러났다.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이사가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한 후보자는 대표 재직기간 네이버를 기존 포털 및 검색 기반 회사에서 모바일 플랫폼에 특화했고, '이커머스 강자'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IT 전문가인 만큼 AI 등 분야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책을 발굴하는 데 최적화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업 출신이 적극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민관의 벽을 허물고,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경제위기 상황과 5년 후, 10년 후의 먹거리가 눈에 안 보인다는 두려움이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는 개혁 대상 부처를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돼 있다. 대대적 변화를 위해 믿을만한 의원 출신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초대 국방부 장관에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5선의 안규백 의원은 군 출신은 아니지만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대부분 기간을 국방위원회에 몸담은 국방·안보 전문가로 분류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군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예고한 이 대통령이 64년 만에 문민 장관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군 내부 문제를 꿰뚫고 있는 전문가이자 믿을 만한 여당 의원을 국방 장관에 지명해 빠른 시간 안에 군 조직을 장악하고, 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환경부와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도 각각 민주당 김성환·강선우·전재수 의원이 발탁됐다.
이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떼어내 환경부와 통합,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관련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김 의원을 기용했다.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상을 실현할 적임자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해 온 강 의원을 낙점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을 위해 해수부 장관에는 부산에 지역구를 둔 전 의원을 내정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을 관철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장관 인사에서 이 대통령이 꾸준히 강조해 온 '유능함' 우선주의도 엿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이라는 '깜짝 인사'를 발표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이라도 실력이 있다면 기용하겠다는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송 장관의 유임은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밝혔다.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는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이 발탁됐다. 송 장관과 마찬가지로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실력 위주, 실용주의 인사로 해석된다.
고용부 장관 후보자로는 김영훈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명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문제를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데다가 주 4.5일제, 노란봉투법 시행 등 개혁입법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관련 분야에서 추진력을 갖춘 인사를 선임했다는 평가다.
김 후보자는 대선 기간 이 대통령의 노동조합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공약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민주노총 출신 첫 고용부 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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