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 나라 법이 모두 무너졌다" 묵비권 예고하며 최후 여론전

"불법의 불법의 불법"…공수처·경찰·법원 직격
"우리 청년들 자유민주주의 소중함 재인식" 지지층 겨냥 메시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체포 직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사항전의 의지를 드러내며 최후 여론전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이 체포된 직후 2분 48초 분량의 대국민 담화 영상을 공개했다. 내란죄 수사를 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묵비권 행사를 예고하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막판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상 속 윤 대통령은 덤덤한 표정으로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면서도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공수처와 경찰, 법원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에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공수처가 거짓 공문서까지 발부해 국민을 기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청년들을 향해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있다"며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관저를 떠나기 전에도 마지막 말로 "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다.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직후 내놓은 대국민 담화 영상 발표 뒤 약 한 달 만이다. 형사재판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여론전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반대 여론이 확대되고, 여당 지지도가 반등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윤 대통령과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전방위 여론전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새해 첫날부터 친필 서명이 담긴 편지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그는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호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형사 재판 모두에서 여론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여론의 압력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며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공수처 조사를 받게 된다. 조사를 위해 200여 쪽 분량의 질문지가 준비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묵비권 행사를 시사한 만큼, 조사 과정에서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