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집중포화, 조였다 풀며 완급조절…5선 비서실장 데뷔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해병대원·명품백 등 공세 방어
"의회민주주의 회복해달라"…선배 의원으로 당부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7.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한상희 임세원 기자 =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의 집중 공세를 막아내며 힘겨운 데뷔전을 치렀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참모로 때로는 강하게 야당과 맞붙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5선 국회의원 출신 선배로 제22대 국회 후배들에게 조언도 내놓는 모습을 보였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현안질의에 참석했다.

이날 질의에는 정책실장과 국가안보실장, 민정·정무·홍보·사회·경제·시민사회·과학기술수석, 안보실 1~3차장 등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이 총출동했다.

정 실장은 인사말을 통해 "주요 정책 현안과 국정 현안에 관해 위원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겠고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찬대 위원장이 의사봉을 잡고 있는 만큼 회의 시작 전부터 야당이 대통령실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현안질의가 시작된 뒤 야당 의원들은 공세 고삐를 바짝 조이며 대통령실을 몰아세웠고, 특히 정 실장에게 포화가 집중됐다.

정 실장은 해병대원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02-800-7070' 논란이 지속되자 "대통령실 전화번호 일체는 기밀이고 보안 사항"이라며 맞섰다.

그러면서 "지금 이 회의를 실시간으로 북한에서도 아마 시청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확인이 불가한 기밀·보안사항"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야당에서 해병대원 사고 수사에 관해 대통령실 참모와 국방부 당국자 간 통화를 문제 삼은 것을 두고도 정 실장은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정 실장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있었고, 미군 병사가 JSA 견학 중 월북한 사건이 있었고, 해병대원 순직 사건이 있었고, 또 한 차례 탄도미사일 발사가 있었다"며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한미연합연습 등 안보 현안이 집중된 시기에 통화가 이뤄지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라고 했다.

동시에 정 실장은 지난 21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이 정부 측 청문회 참석자들 강하게 질타한 것과 관련해 "제복 입은 공직자에게는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는 게 도리"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 실장은 반복되는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관한 야당의 비판도 방어에 나섰다.

정 실장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대통령이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위헌이 분명한데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행사를 안 했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5선 선배이자 국회부의장 출신인 정 실장은 여야에 국민을 위한 정치를 당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 실장은 "40년 가까이 국회가 평생 일터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국회가 국민께 더 나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정 실장은 "민생을 위해 여야 위원님들께서 대화와 타협, 협상이라는 의회민주주의의 본령을 회복하기 위해 배전(倍前)의 노력을 기울여 주신다면 국민들께 큰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실장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두고 맞붙었던 박수현 민주당 의원과 다시 대면하게 돼 눈길을 끌었다.

정 실장은 "6선을 노렸지만 박수현 위원님 때문에 뜻을 못 이뤘다. 공주·부여·청양을 잘 지켜 달라"는 너스레로 살얼음판 같던 회의장에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