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도 과점체제"…은행·통신 이어 정유사 조준하는 尹정부
산업부, 유류 도매가격 공개 추진…"경쟁 촉진해 가격 안정화"
尹 "은행·통신 과점 폐해 줄여라"…정유사도 개혁 대상 오르나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12년 만에 석유제품 도매가격 공개를 추진한다. 베일에 싸인 유류 도매가를 투명하게 공개해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르텔 타파'를 주문하면서 금융·통신에 이어 정유업계 '과점 체제'도 개혁 대상에 오르는 분위기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경제1분과위원회는 오는 24일 회의를 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한다.
정유사가 일반 대리점과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 도매가격을 지역별로 공개하는 내용이 골자다. 유류 도매가격이 광역시·도 단위로 세밀하게 공개되면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정유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유업계는 유류 도매가격은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 제품을 써야하는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평균 가격만 더 높아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쟁사 간 가격정책 분석이 가능해져 시장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유류 도매가격 공개를 추진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산업부(당시 지식경제부)는 정유사 공급가격 세부공개를 추진했지만, 2년간 총리실 규개위 안건에 상정되지 못하고 결국 철회됐고, 대신 알뜰주유소가 도입됐다.
유류 도매가 공개가 12년 만에 재추진되면서 업계 반발이 재점화했지만, 정부의 추진 의사도 완고하다. 특히 정유사 4곳이 시장 점유율 97%를 독점하고 있는 '과점 체제'를 깨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촉진해 정유 가격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실과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내 석유시장은 정유사 4곳의 과점 체제로 완벽한 경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국은 횡재세가 도입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정부의 시행령 개정은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경쟁 촉진 방안"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유사가) 기름값을 올려놓고 1000%씩 성과급 잔치를 한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유업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전국적인 평균가 공개가 영업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시행령 개정으로 가격을 서로 올린다면 이것이야말로 담합"이라고 일축했다.
대통령실의 입장은 소수 기업이 시장이익을 독점하는 '과점 체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통신업계의 과점 체제를 지적하며 '경쟁 체제' 도입을 주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은행과 통신사를 두고 '카르텔'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도 "금융과 통신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시켜야 한다"며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관계 부처는 과도한 지대추구를 막고, 시장의 효율성과 국민 후생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찾아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석대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유업계도 윤 대통령의 '과점 체제 개혁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이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라며 "독과점 구조를 허물어서 소비자들이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도록 하는 작업이 여러 분야에서 물결처럼 일게 될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