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책임방기·이윤 사유화' 카카오 직격…메스 집어든 尹
尹 "사실상 국가기간통신망"…안보실, 사이버안보 TF 구성
문어발식 확장·안전 장치 소홀…행정·입법부, 대응책 마련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는 '대수술'에 나선다. 윤 대통령의 의지 표명은 단 한 번의 사고로 전국민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다른 산업군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다.
윤 대통령의 의지는 전날(17일)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의 서면브리핑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 수석은 같은날 저녁 배포한 840자 분량의 브리핑에서 △책임 방기 △책무·사회적 약속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 △이윤 사유화 등의 표현을 썼는데, 윤석열정부의 대언론 최종책임자의 입 또는 글에서 이같이 강도 높은 표현이 나온 건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것 외에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같은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들 입장에서는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고 규정했다. 카카오는 통신망도 아니고 부가통신사업자다. 하지만 그 파급력 측면에서 국가기간통신망 수준과 맞먹어 이에 따른 '국가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수석은 "경제가 안보이고 안보가 경제인 시대, 기업의 당연한 책무가 방기되면 국가 안보 리스크로 번지게 된다"며 "독과점 플랫폼기업이 '시스템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한 언급은 철저한 원인 분석과 함께 사실상의 국가기간통신망이 이윤을 사유화하고 비용을 사회화하는 일이 없도록 민관 차원의 재점검을 당부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 15일 카카오가 임대해 사용하는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것이 서버의 재해복구(DR, Disaster Recovery) 역량이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다. DR은 메인 데이터 센터에 △화재 △지진 △테러 같은 비상상황이 생겨도 곧바로 서버가 끊기지 않도록 마련한 체계를 뜻한다. 비상상황시 △'인력 풀' 구성 △전력 확보 방안 △보안 강화책 △이원화 시스템 △데이터 백업 절차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스템 이원화'인데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난 시점에도 100% 복구가 되지 않았단 점에서 카카오가 이원화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이 방증됐다.
카카오는 국내 메신저 시장의 약 90%, 택시 호출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로 대변되는 금융서비스와 다른 업체 서비스를 간편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 계정 로그인'(API 서비스) 등 사실상 국민 모두가 최소 하나 이상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국민 기업'으로 인식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 수는 지난 2017년 63개에서 올해 136개로 배 이상 늘었다.
카카오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기업의 책임에는 소홀했다. 부가통신사업자라는 이유로 각종 법적 규제 등에서도 자유로웠고, 규제의 칼날이 들어올 것 같으면 국회에 압력과 로비를 통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기업의 자율 활동도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다했을 때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은 "저는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자율시장경제 사고를 갖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통해 자원과 소득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의 어떤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국가안보실이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김성한 안보실장 주재로 상황 점검회의를 열 계획이다. TF 회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 국가정보원, 대검찰청, 경찰청,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의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 외에 국정원과 군사안보사 등이 참석하는 것이 눈에 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심사지침 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난 1월 자사 우대, 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최저가 판매 등 최혜 대우 요구, 끼워팔기 등에 대한 심사지침 제정안을 마련하고 연말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의 시장 독과점과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의 '콜(승객 호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제재 절차도 진행 중이다.
국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민간 데이터 센터와 플랫폼 사업자의 재난관리 대책을 담은 법률 개정안들이 발의되는 상황이다. 2020년 업계의 반발로 무산된 법안들이 이번에는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방위 소속)은 주요 온라인 서비스와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관리체계에 포함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당 변재일 의원은 데이터센터의 보호조치 의무 대상 사업자를 확대하고 재난발생 시 신속한 복구를 지원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카카오와 같이 데이터센터를 빌려서 사용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각종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법률상 부가통신서비스는 기간통신서비스에 비해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됐지만 이제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전성이 무너지면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 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적지 않다"며 "향후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중요한 부가통신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 및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필요한 제도적·기술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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