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교황청 대사가 본 文-교황 면담…"美-쿠바 화해 가교역 다시 기대"
이백만 전 대사 전화인터뷰…3년 전 문대통령-교황 만남 물밑조율
"김정은 초청 있다면 내년 봄 교황 방북 가능…대북 인도적 지원에 바이든 역할 필요"
- 김상훈 기자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교황과 바이든 대통령의 관계가 아주 밀접한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나 우리 정부 입장을 교황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을 앞둔 가운데 이백만(65) 전 주교황청 대사는 문 대통령과 교황, 교황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간접 3자 회동'을 통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전 대사는 이날 뉴스1과 전화 인터뷰에서 "교황의 영향력은 한국과 달리 서양 기독교 문명에선 종파와 관계없이 압도적"이라며 "교황 방북이 성사된다면 역사적인 사건으로, 북미관계나 북한의 대외적인 위상 또한 굉장히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전 대사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주교황정 대사를 역임하며 문 대통령과 교황의 첫 번째 만남(2018년 10월)을 물밑에서 조율한 인물이다. 당시 교황이 방북 의사를 밝히면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는가 싶었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로 이 같은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 전 대사는 이번 두 번째 만남에서도 교황의 방북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초청장이 '방북의 대전제'라고 밝혔다. 그는 "김 총비서가 초청장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만남을 통해 그런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 전 대사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교황 면담 형식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문 대통령을 면담한 뒤 바이든 대통령과 순차 면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호응 등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사는 "교황은 아마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핵문제를 전쟁이 아닌 대화로 풀어라 주문하실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때 막혔던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을 요청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교황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인연에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2월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당시 오바마 정부 부통령으로서 교황과 물밑에서 논의하며 깊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황은 이듬해인 2015년 9월 쿠바와 미국을 순차 방문해 양국 화해를 축하했다.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오마바 대통령과 함께 직접 교황을 영접하기도 했다.
이 전 대사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에서 (교황이) 그런 역할을 다시 하고 싶어 할 수 있다. 그래서 교황 방북을 성사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 역시 교황을 초청함으로써 체제 홍보나 국제사회로의 발돋움을 기대할 수 있다고 이 전 대사는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가톨릭 사제가 없는 유일한 국가"라며 "그런 상황에서 교황이 간다면 가톨릭 사제가 상주하게 되고 북한이 종교를 개방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정상국가로서 국제무대에 나설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이미 지난 1991년 김일성 주석 집권 당시 교황의 방북을 추진했던 전례가 있다. 주영 북한 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북을 추진했지만 종교개방 등 당국의 우려 등으로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이 전 대사는 김 총비서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경우 스위스에서 유학하며 서구문화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앞선 사례와는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김일성이나 김정은은 동북아를 벗어난 적이 거의 없는 반면 김 총비서나 김 부부장은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녀 가톨릭에 대해서도 많이 알 것"이라며 "지금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는 만큼 (교황 방북이) 그 고립을 풀 중요한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교황이 방북할 시기에 대해선 "이르면 2022년 봄 조기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김 총비서가) 언제 초청장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만남 결과에 따라) 12월이 될 수도 있고 내년 1월이나 2월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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