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마지막 광복절은 '꿈꾸는 서울역'…지난 장소·키워드 짚어보니

지난 4년 연설의 '완결판'…2017~2020 광복절 행사 장소·메시지 분석
2019년 '아무도 흔들수 없는 나라'…2020년 '행복추구권'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1.8.1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 키워드는 '꿈'이었다. 지난 4년과 비교해 선진국으로 한 발짝 나아간 국가의 위상을 돌아보고 어떤 미래를 항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내포됐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문화역 서울284'(구 서울역사)에서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우리는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열정과 꿈을 간직했다"며 "보란 듯이 발전한 나라, 나와 이웃이 함께 잘 사는 나라,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나라를 향해 걸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는 경제와 방역, 민주주의와 문화예술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보여주는 역량과 성취에 놀라워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난날의 대한민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광복절 경축식 장소를 과거 경성역이었던 '문화역서울 284'로 정한 이유도 키워드 '꿈'과 맞닿아 있다. 경성역은 강제징용과 수탈의 상징이면서도 동시에 해방과 함께 망명이나 피난을 갔던 이주민들이 다시 돌아오는 희망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강탈당했던 미래를 되찾고 새 시대를 꿈꾸었던 그 시절 민중 모습을 연상시키며 문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한국판 'I have a dream'을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7.8.1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앞서 2017~2020년 문 대통령의 네 차례 광복절 경축사는 각각 다른 의미를 담았다. 첫해였던 2017년에는 광복절 행사가 기존 관행대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경축사엔 보훈을 강조하는 의미가 담겼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당시 긴장이 고조되던 북미관계를 겨냥해 '한반도 전쟁불가' 메시지를 강조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과 이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평화에 대한 메시지는 2018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됐던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도 담겼다. 다만 9·19 남북 평양공동선언을 앞둔 시점이었기에 기조는 사뭇 달랐다. 북한에 비핵화를 호소하며 당근책으로 경기·강원 통일경제특구 등 경제협력 제시가 주요 메시지였다.

당시 경축사에서는 또 과거 일본 군사기지였던 용산이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되는 만큼, 독립운동사에서 그동안 조명되지 못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평양 평원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로 일제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해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쳤던 강주룡 선생과 일제의 착취에 맞서 해녀 항일운동을 시작한 고차동·김계석·김옥련·부덕량·부춘화 선생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광복을 위한 모든 노력에 반드시 정당한 평가와 합당한 예우를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8월15일 오전 충청남도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8.15/뉴스1

2019년 세 번째 광복절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로 인해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김기림 시인의 싯구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인용하며 경제강국·교량국가·평화경제 등 3가지 목표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 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2020년 네 번째 광복절 경축사 키워드는 '개인의 행복추구권'이었다. 당시 DDP 동대문운동장에서 진행된 경축식에서 문 대통령은 '헌법 10조'를 언급하며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일제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문제를 정부가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세계인들이 생명과 안전, 재산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한국판 뉴딜 정책도 '사람 중심의 상생'이라며 개인의 광복 차원에서 설명했다.

올해 광복절 경축사는 지난 4년 연설의 완결판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가 만장일치로 개도국 가운데 최초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격상한 점을 언급하며 '평화롭고 품격 있는 선진국'으로서의 꿈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 비전으로 '함께 잘 사는 나라'와 한반도 항구적 평화를 위한 '한반도 모델'을 제시했다. 전세계적 보건위기와 기후위기,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문제에 적극 나서는 책임 있는 선진국 면모를 갖추면서도 동북아 평화와 안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차별과 배제가 아닌 포용과 관용의 사회로 한 발 더 전진해 나가야 하겠다"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서로의 처지와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우리 사회는 품격 있는 나라, 존경받는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