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정치 현안 '무대응' 언제까지?
28일에도 靑수석 회의 안 열려… 유럽순방 전 언급 있을지 주목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정원 관련 문제를 비롯한 국내 현안에 관해 일체의 언급 없이 11월2일부터 시작되는 유럽 순방길에 오른다면, 지난 10월 둘째 주 인도네시아·브루나이 순방 이후 한 달 가량을 '침묵'으로 보내는 셈이 된다.
박 대통령은 오는 11월2일부터 8일 간 프랑스와 영국, 벨기에, 유럽연합(EU) 등 유럽 순방에 나선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일단 28일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해외순방과 휴가 등의 기간을 제외하곤 매주 월요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으나, 지난 13일 인도네시아·브루나이 순방에서 귀국한 뒤엔 2주 연속으로 월요일(14일과 21일)에 수석 회의를 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또 통상 매주 화요일 정홍원 국무총리와 번갈아가면서 주재해온 국무회의 또한 15일엔 정부 각 부처의 정기국회 국정감사 수감을 이유로 건너뛴 데다, 22일엔 귀국 후 처음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했지만 국정원 관련 문제를 비롯한 정치적 현안들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당시 언론에 공개된 박 대통령의 회의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엔 올 하반기 국정운영의 주요 목표인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 부처의 노력을 주문하는 등의 내용만 담겼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들은 최근 2주간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리지 않은 배경에 대해 △매주 두 차례씩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고, △대통령도 필요시 각 수석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구태여 대통령 주재 회의를 열지 않아도 된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청와대의 이 같은 회의 운영 방식엔 "국정원 문제를 비롯한 국내 정치 현안과는 '철저히' 거리를 두고자 하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관련한 야당의 사과 요구에 대해 "대선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또 해당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처벌 및 재발 방지 요구 등과 관련해선 사법당국의 관련 수사 및 재판 결과, 그리고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마련 중인 '개혁안'을 지켜본 뒤 판단할 일이란 입장을 견지해왔다.
청와대는 특히 최근 정기국회 국감 과정에서 국정원뿐만 아니라 국군사이버사령부 요원 등 또한 대선 당시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인터넷 댓글'을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또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란 이유에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 마디로 '입장이 없다'는 게 현재 청와대의 공식 입장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인선 결과를 발표한데 이어, 이날은 검찰총장 인선 결과까지 내놓으면서 그간 공석(空席) 중이던 장·차관급 이상 정부 고위직 가운데 4명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했다.
이는 야당의 공세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은 자제하되, 그간 미뤄져왔던 주요직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공직사회의 추가적인 동요를 막고 국감 이후 정국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주 중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복지부 장관 등에 대한 인사 청문 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여론의 관심이나 야당의 공세 또한 일정 부분 이들 신임 인사들에 대한 '검증'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날 오후엔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잠실야구장을 찾아 '깜짝 시구(始球)'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또한 국내 정치 상황과의 '거리두기'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국회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가 내달 5일로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통해 외치(外治)에 힘쓰는 와중에도 국정원 관련 문제 등과 관련한 야당의 대여(對與) 공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도 "침묵이 능사는 아니다"면서 "박 대통령이 유럽 순방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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