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印尼·브루나이 순방 성과는?

APEC서 중견국 리더십 발휘...아세안에선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 비전 제시
印尼 국빈방문...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연내 타결 합의 성과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인도네시아·브루나이 순방 일정을 마치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박 대통령은 순방기간동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와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등에 잇따라 참석해 보호무역 철폐와 무역자유화 등을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유도요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올해 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인 세파(CEPA)를 타결짓기로 합의했다. 2013.10.13/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국빈방문을 끝으로 6박8일간의 인도네시아·브루나이 순방을 모두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데뷔 무대이기도 한 이번 순방을 통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역내 회원국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및 협력 방안 등 미래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들 다자 정상외교를 계기로 중국, 캐나다, 브루나이, 싱가포르, 호주 등 8개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갖고 경제협력 및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베트남 국빈방문으로 시작된 '세일즈 외교'를 본격화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순방의 마지막 일정인 인도네시아 국빈방문에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양국의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연내에 타결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번 순방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APEC서 자유무역 옹호...'코리아세일즈' 펼쳐

박근혜 대통령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소피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1차 세션에 참석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3.10.9/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열린 제21차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옹호해 참가국 정상들의 지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첫날 선도발언을 통해 무역 자유화의 확대야 말로 세계 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어 무역 자유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WTO(세계무역기구) 중심의 다자무역체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지난 2001년 출범 이후 13년간 지지부진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문제를 다룰 올해 12월 'WTO 각료회의'가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APEC 정상들이 힘을 실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호무역주의 동결조치(standstill)를 2016년까지 연장하고, 나아가 기존의 보호무역조치를 철회하자고 제안해 주목을 받았다.

APEC이 목표로 삼는 역내 지역통합 논의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역내 국가들간에 진행되는 다양한 형태의 무역자유화 협상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되며, APEC의 장기적 비전인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을 위한 주춧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무역자유화와 보호무역주의 동결조치 연장, FTAAP 실현 등은 회원국 정상들이 채택한 정상선언문에 담겼으며, WTO 각료회의 지지를 위한 별도의 선언문이 채택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새 정부의 경제정책인 '창조경제'를 소개하고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 세일즈'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발리 도착 첫날인 지난 6일 APEC 회원국 기업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 기조연설에서는 '혁신'을 강조하고,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창조경제를 소개하면서 APEC 회원국 정부도 혁신을 위한 생태계 조성과 정부 기업 간 신뢰의 인프라 구축, 기업가 정신 활성화에 힘쓸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상회의 둘째날 세션에서는 회원국간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인적, 제도적 규제 정비 등을 내용으로 하는 'APEC 연계성'을 강조했다. 향후 10년간 8조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APEC 인프라 시장에 한국 기업의 진출 기반을 마련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짬을 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엔리케 빼냐 리에또 멕시코 대통령,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 등 4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갖고 동반성장을 위한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캐나다와는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한-캐나다 FTA 협상을 곧 재개키로 했으며, 멕시코와 페루 정상과의 회담에서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다.

시 주석은 특히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보유와 추가적인 핵 실험을 결연히 반대한다"며 북핵문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 양국 관계가 한단계 진화했음을 보여줬다.

◇아세안에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 비전 제시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브루나이 반다르스리브가완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8차 EAS(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블로그) 2013.10.10/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APEC 정상회담을 마친 박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브루나이로 이동해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3개의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브루나이에서의 정상외교를 통해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 아세안을 중시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의 첫 세션인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공동평화와 공동번영, 공동발전의 비전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제2의 교역시장으로 급부상한 아세안 국가들에게 '한-아세안 안보 대화'를 신설해 내년에 개최하자고 제안한 것은 경제협력 파트너로서의 아세안과의 관계를 정치 안보 분야로 확대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 분야에서도 한-아세안 FTA(자유무역협정)를 한 단계 발전시켜 지난해 1300억불 수준의 교역규모를 2025년에는 3000억불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아세안 국가들이 목표로 하는 2015년 아세안공동체 구성에 지지를 보내면서 공동체 결성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역내 국가들간의 개발격차 해소에 한국의 지원과 필요한 협력을 약속함으로써 아세안 국가 정상들의 환영을 받았다.

두번째 세션인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국의 미래 협력 방안을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특히 한국이 주도한 '동아시아비전그룹(EAVG) 2'가 제시한 '2020년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달성'이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 구체적인 이행 점검과 한국의 지속적인 기여를 표명했다.

역사인식과 영토분쟁 등으로 서로 불편한 관계에 놓인 한중일 3국의 협력을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한중일 3국 협력 메커니즘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새 정부의 대외정책인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소개하고 참가국 정상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 역내 국가들이 연성 이슈부터 대화를 시작해서 신뢰의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려는 구상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라면서 "이 구상이 아세안공동체와 시너지를 창출해서 궁극적으로는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AS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회원국 정상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자리였다.

EAS는 아세안 10개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18개 국가들이 가입해 있어 '미니 유엔'으로도 불린다.

박 대통령은 특정 이슈 보다는 글로벌한 과제들을 토론하는 전략적 포럼 형태로 진행되는 EAS를 활용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소개했고 회원국 정상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정상들은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 이행을 촉구했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의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印尼,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연내 타결

박근혜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하고 있다. (청와대 블로그) 2013.10.11/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밤 이번 순방의 마지막 기착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 초청으로 이루어진 2박3일간의 국빈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대국이자 에너지·자원 부국으로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기도 하다.

또한 아세안 국가 중 한국의 최대 투자국가이고 최대 교역국이며, 최대 방위산업 수출국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아세안 회원국인 베트남을 국빈방문한데 이어 두번째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배경에는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 신흥경제권으로 부상한 아세안을 중시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강력히 피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 지지부진하게 진행돼 온 양국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를 연내에 타결하기로 한 것은 이번 순방 중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CEPA는 시장개방을 포함해 정부간 경제협력을 포괄하는 것으로 FTA(자유무역협정) 보다 한층 높은 수준의 경제협정이라고 할 수 있다.

CEPA 합의로 양국은 경제협력을 확대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양국 기업인 비즈니스 투자 포럼 오찬간담회 인사말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2020년 1000억불 교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공동번영의 값진 열매를 맺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확고한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며 "CEPA는 양국간 교역규모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고 양국 경제의 동반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포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CEPA 타결의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두 정상이 이날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경제협력 뿐 정치·안보 분야 및 사회·문화·인적 교류 확대,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 및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등을 반영함으로써 양국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 발전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이 향후 5년간 한국과 인도네시아 관계 격상의 기본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 경제협력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170억불 규모의 순다대교, 10억불 상당의 수카르노 하타 공항철도 사업 등 건설 인프라와 에너지 발전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박 대통령은 유도요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들 사업에 한국 기업의 진출 희망을 요청하는 한편 구체적인 참여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한국 방위산업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추가적인 신규 방산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취임 후 네번째인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 순방을 계기로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서 중견국으로서의 지위를 확실히 확보하는 한편 경제적 실리까지 챙기는 세일즈 외교를 목표로 했으며, 이런 측면에서 이번 순방이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브루나이에서의 안세안 관련 정상회의 기간 중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개별 환담하고도 의전 등의 이유를 들어 이례적으로 그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가 미국측의 언론 브리핑 소식에 우왕좌왕했던 행태는 지나친 강대국 눈치보기로 비춰져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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