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NLL 대화록' 논란에 이틀째 침묵

'청와대 위에 국정원 있나' 지적에 대응 못해
국정원과의 '사전 교감說' 부인 속 '이심전심' 관측도

청와대는 이번 대화록 공개 경위와 그 내용에 대한 해석 문제 등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가 한껏 고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반응할 게 없다"는 말로 '공식 입장'을 대신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국정원의 이번 대화록 공개 결정이 청와대 등 여권과의 '사전 교감'에 의한 것이란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국내 정치적으로, 그리고 외교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을 청와대와 일언반구 협의없이 단독 결정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청와대 위에 국정원 있나' '국정원은 이 정부에 속해 있지 않은 어느 나라 국정원인가'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대해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 결정과 관련해선, 내부적으론 노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이 이번 대화록 공개를 촉발시킨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는 점에서 "언젠가 한 번은 그 진위 여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는 분위기가 물론 감지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날이 6·25전쟁 발발 63주년임을 들어 "피로 지킨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역사를 왜곡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건 역사와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며 "우리의 NLL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NLL 사수' 의지를 거듭 밝히는 동시에,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에서 드러난 "난 (김정일) 위원장님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NLL은 바뀌어야 한다"는 등의 노 전 대통령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의 경우 이미 지난해 대선과정에서부터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국가 지도자의 국가관과 안보 의식에 관한 문제"로 규정하고 진실 규명을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도 "국정원의 지난해 대선 개입 시비와 맞물리면서 상황이 꼬인 측면이 있지만, 'NLL 포기' 논란의 경우 성격상 계속 덮고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며 "어떻게든 이 문제를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국정원장이 '총대'를 멘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화록 공개를 지시한 남재준 국정원장의 경우 지난해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국방안보 특보를 맡았던 측근 인사인 만큼 청와대와의 협의가 없었더라도 NLL 문제에 관해선 '이심전심(以心傳心)'이 가능했을 것이란 얘기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최근 남북한 양측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로 틀어진 '남북당국회담'에서도 확인되듯이 박 대통령은 과거 남북관계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면 현 정부에선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생각이 강하다"며 "대화록 공개도 그 연장선상에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특히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1일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출석한 당시 새누리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들이 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한데 따른 위법성 시비에 관해 "국가정보원법과 국회법 조항에 따르기만 하면 (열람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사실이 "사실상 청와대가 국정원에 '대화록을 공개해도 좋다'는 '시그널(신호)'을 보낸 것일 수 있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있다.

청와대가 아닌 국정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최근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제보'라며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주장한 사실이 대화록 공개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야당이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사실이 아니다', '조작이다', '음모다' 하고 몰아가니까 증거를 갖고 있는 쪽(국정원)에서 먼저 공개한 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실제 남 원장도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록 공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야당이 자꾸 공격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그랬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화록 공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든 간에 박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당장 야당의 경우 이번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피하고자 하는 여권의 '물 타기'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

또 비록 남북한 간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기관이 정상회담 대화록의 전문(全文) 공개라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외교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북한이 이번 대화록 공개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설 경우 남북관계 또한 한층 더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애써 이번 사안에 대한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국내외적 파장을 두루 감안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