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靑조사 땐 '엉덩이 만졌다' 시인"

"사건 다음날 아침엔 '알몸' 상태로 문 열어줬다" 진술도
윤 전 대변인, 자청 회견에서는 진술 내용 번복...도덕성 논란 증폭

12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지난 9일 귀국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로부터 이번 성추행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았을 당시엔 "해당 피해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자필 서명까지 했다.

이는 지난 7일(미국 현지시간) 밤 미국 워싱턴DC 소재 한 호텔에서 윤 전 대변인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잡는(grabbed)' 등의 성추행을 했다는 주미(駐美) 대사관 소속 한국 동포 인턴 여직원 A씨의 현지 경찰 신고 내용과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국내에서 자청한 회견에선 A씨의 허리를 한 차례 '툭' 치는 정도의 신체접촉만 있었다며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윤 전 대변인은 또 사건 발생 다음날인 8일(현지시간) 오전 A씨가 자신의 호텔 방으로 찾아왔을 당시에도 "속옷을 입지 않은 알몸 상태였다"고 청와대 조사에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서도 자신의 회견 때에는 A씨가 방에 찾아왔을 때 "속옷 차림이었다"고 했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현지시간으로 오전 5시쯤 호텔 체크아웃 준비 등을 위해 남자 (인턴) 직원이 윤 전 대변인 방을 찾았을 땐 응답이 없었는데, 이후 6시쯤 A씨가 다시 윤 전 대변인의 방에 갔을 땐 윤 전 대변인이 문을 열어줬다고 한다"면서 "윤 전 대변인이 당시 '샤워 도중에 나와 알몸 차림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조사에서 취중에 A씨에게 '욕설을 했다'거나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또 청와대 조사에서 'A씨와의 신체접촉은 있었지만, 성추행은 아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 진술 및 당시 정황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성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윤 전 대변인이 어제(11일) 기자회견에선 당초 청와대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 내용을 번복한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앞으로 미국 경찰에 의한 수사 과정에서도 청와대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자신이 자청한 회견에서 한 내용을 되풀이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에서 윤 전 대변인에 대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 내용을 노출시킨 데에는 사건의 본질이 윤 전 대변인의 부적절한 행동이었음을 부각시켜 청와대 및 관련 정부 당국자들의 '책임론'을 일정 부분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