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대법관들에 매달 200만원 현금 쏴주고 "증빙자료는 없다"
감사원, 대법원 정기감사…4년간 13억원 부정집행 사례 적발
계약 외 6.5억 추가지급 사례도…경매 집행관 여비 94.5% 과다지급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법원행정처가 자체 지침상 정기적인 격려금 지급이 금지돼 있는데도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에게 매달 현금으로 격려금을 지급해 최근 4년간 약 13억 원을 쓴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법에 가장 엄격해야 할 사법부 최고 법관들의 기강해이 문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격려금은 대법관 1명당 월평균 200만 원 안팎이 지급됐으며, 약 13억 원을 현금으로 사용하면서 구체적인 집행내역이나 증빙자료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직원 약 3명 중 1명이 사용할 수 있는 PC 6100여 대를 예비품으로 보관하는 등 다른 부적절한 예산 집행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대법원의 재정 활동과 예산 집행 등을 점검한 정기감사 결과 총 12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해 통보·주의 요구했다고 31일 밝혔다.
감사 결과 법원행정처는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총 12억 9900만 원의 격려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예산 집행지침은 격려금을 우수 부서나 직원 등에 지급하도록 하면서 법적 근거가 없는 월정액 등 정기적인 지급은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대법관에게 매월 512만 원 상당의 특정업무경비를 별도로 지급하면서도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매월 통상 두 차례에 걸쳐 평균 200만 원가량의 격려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일부 달에는 100만~150만 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법원행정처장에게도 같은 기간 매월 300만 원을 지급하고 일부 달에는 50만~150만 원을 추가로 줬다.
2024년 5월부터는 대법관마다 지급 날짜와 금액을 달리했지만, 감사원은 실제로는 매월 통상 두 차례씩 격려금이 지급돼 사실상 정기 지급이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지급 방식이 바뀐 뒤에도 대법관 1인당 연간 격려금은 2650만~3050만 원으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격려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없었다. 감사원이 약 13억원의 집행내역과 증빙자료를 요구했지만 법원행정처는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이 현금으로 받아 사용해 관련 자료를 갖추고 있지 않다"며 제출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대법원장 경호의전팀과 공관 경비대에도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매달 150만~280만 원의 격려금이 지급됐다. 총 지급액은 1억 5990만 원이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관 격려금은 소부 또는 전원합의체 기일을 전후해 대법관과 재판연구관 등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고, 법원행정처장 격려금은 사법행정 업무 총괄과 대외업무 수행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감사 결과를 수용해 앞으로 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라 격려금을 투명하고 적정하게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예산 집행에서도 문제점이 다수 확인됐다.
법원행정처는 2022~2025년 전년도에 이미 구매한 PC 교체 물량을 다시 사거나 합리적인 기준 없이 예비품을 구매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법원 전체 정원 1만 8669명의 약 3분의 1이 사용할 수 있는 PC 6131대가 예비품으로 남았다. 프린터 2983대와 스캐너 559대도 사용되지 않은 채 보관돼 있었다.
전산장비 유지보수 계약에 이미 포함돼 있던 윈도11 업그레이드 비용을 별도로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법원행정처는 실무자 간 구두 합의를 이유로 업그레이드를 별도 과업으로 추가해 계약금액을 6억 5000만 원 늘렸고, 감사원은 해당 금액이 불필요하게 지출됐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경매 과정에서 집행관에게 지급하는 현황조사 여비도 표본 1232건 가운데 94.5%인 1162건에서 규정보다 많이 지급되거나 중복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지법에서는 같은 아파트 내 부동산 5건을 조사하면서 정당한 여비 5만 5000원의 9배가 넘는 52만 원을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나홀로 소송' 비중이 90%를 넘는데도 재판 절차와 실무를 담은 '법원실무제요'를 유료 책으로만 제공하는 문제도 지적됐다. 일부 책은 인쇄원가가 1만 1000~1만 4000원이지만 5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법원 편찬도서 계약 과정에서는 계약서 없이 책을 먼저 납품받은 뒤 최대 717일이 지나 사후 계약을 체결하거나, 법원 소속 직원에게 지급할 수 없는 원고료·심사료 약 1억 8700만 원을 도서 구매계약에 포함해 우회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법원행정처에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정기적인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하고, 전산장비 구매와 경매 현황조사 여비 지급 등에서 확인된 문제도 개선하도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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