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콘크리트 둔덕·철골 구조물, 무안·여수·김포·제주공항 남아(종합)

감사원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 공사비 절감 결과로 설치"
무안공항 등 항행안전시설, 2019년 개량하며 콘크리트 보강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지난 2025년 1월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둔덕에 파묻힌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크레인으로 인양되는 모습. 2025.1.3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12·29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사고 발생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부러지기 어려운 로컬라이저(LLZ)'가 아직 4개 공항에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들 공항은 관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조치 중인 상황이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활주로 중앙에 정확히 착륙하도록 방향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활주로 끝단에 설치되는 항행안전시설이다.

감사원이 10일 공개한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무안공항 등 8개 공항에서 14개소 로컬라이저가 부러지기 어려운 콘크리트 둔덕이나 철골 기초구조물 등이 설치돼 운영돼 왔다. 해당 공항은 무안·김해·여수·사천·광주·포항·제주·김포 등이다.

국토교통부는 최대 22년간 공항운영증명, 정기검사에서 취약성(부러지기 쉬운 구조)이 확보된다고 잘못 승인했다. 특히 한국공항공사는 2019년부터 무안 등 5개 공항에 노후화된 항행 안전시설을 개량하면서, 이 기준에 미달한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을 콘크리트 등으로 오히려 보강해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항은 무안·여수·포항·광주·제주 등이다.

국토부는 2009년 취약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무너지기 쉬운 구조물 매뉴얼을 국토교통부 예규로 제정하고도 3년 만에 이를 폐기하기도 했다.

다만 개선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현재는 무안·여수·김포·제주 등 4개 공항의 4개 로컬라이저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여수공항과 김포공항의 경우 2027년 상반기 완료 예정으로 개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제주공항은 올해 개선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며, 무안공항은 유가족 등과의 협의 등을 거쳐 개선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무안공항 등 국내 지방공항에 둔덕이 설치된 이유는 '공사비 절감' 때문으로 확인됐다.

로컬라이저는 전파 방해를 막기 위해 활주로 최상단부보다 높아야 하는데, 활주로와 종단안전구역 등에 경사를 주게 되면 로컬라이저는 더 높아진다. 이 경우 풍하중(바람으로 인해 구조물 외면에 작용하는 하중) 등에 견디기 위해 기초는 더 튼튼해져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공사비 절감을 위해 당초 지형에 가깝게 활주로 종단경사를 허용해 토공사(흙을 다루는 공사) 물량을 적게 건설했고, 이에 발생하는 높이차는 둔덕 등 기초구조물로 맞췄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은 활주로 끝에서 로컬라이저까지 최소 종단경사(0.26~0.55%)를 두었을 뿐, 활주로는 종단경사가 0%로 평평해 둔덕이 없다.

반면 무안공항은 더 큰 종단경사(활주로 0.2%, 종단안전구역 1.0%)를 둬 지면보다 높은(1.73m, 2.46m) 둔덕을 두면서 내부에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콘크리트)을 설치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지형을 많이 살리다 보면, 크게 3~5m 낙차가 생긴다"며 "바람이나 태풍 등에 강하게 견디기 위해 유지보수 차원에서 강하게 기초 시설물을 설치하다 보니 항공사고에 위협이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무안·울진공항의 항공기 관제를 목적으로 다변측정감시시스템을 구매해 준공했으나, 제대로 탐지를 못 하는 등의 성능 미달 사실도 드러났다.

국토부와 공항 운영자는 조류 충돌 위험평가 시 충돌위험이 높은 조류를 다수 누락했고, 항공정보간행물(AIP)에 조류활동정보를 현행화하는 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국토부는 엔진결함으로 추정되는 장애가 접수돼도 사실조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후속대책을 이행하지 않는 등 사후 관리체계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국적항공사 항공기에 최다 장착(122대, 29%)된 CFM-56엔진의 고장·결함으로 발생한 항공안전장애(59건)에 대한 사실조사 여부를 점검한 결과, 국토부는 2건(3.3%)만 사실조사를 하고 나머지 57건은 사실조사를 미실시했다.

국토부는 최근 10년간 발생한 항공기 사고 유형 10가지 중 동체 착륙, 조류 충돌, 이착륙 시 모든 엔진 고장 등 4개의 비상 상황에 대한 조종사 훈련을 운항기술기준 훈련 과목에 의무화하지 않았다.

항공기 조종사 영어자격 관리·감독이 부적정하고, 항공신체검사 시 정신질환 등을 신고하지 않은 채 운항하는데 확인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조종사 62명이 중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 진료내역을 문진표를 통해해를 통해 전문의에게 알리지 않고 신체검사 '적합' 판정을 받은 후 최근 3년간 총 1만 2097회를 운항했고, 관제사 35명도 신체검사 시 부적합 판정에 해당한 중증정신질환을 숨기고 2022년 이후 2만 3744일을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