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선방" 평가에 당혹스런 국힘…"합의문 봐야" 빈틈 찾기

국힘 지도부 '강경 발언' 속 당내에선 "선방한 것 아닌가" 평가도
협상 직접 비판보다는 '합의문' 요구 전략으로 선회…러트닉 발언 고리 공세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무궁화대훈장을 수여 받고 있다. (백악관 공식 사진, 다니엘 토록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교착 상태를 이어가던 한미 관세 협상이 출구를 찾게 되면서 그간 비판 일변도로 일관해 왔던 국민의힘도 '메시지' 톤을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협상 결과를 강하게 지적하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도 "기대보다 선방한 것 아닌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당이 그간 강도높게 공세를 편 것에 대한 부메랑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분간 국민의힘은 "합의문 전문을 봐야 한다"며 직접적인 비판보다는 빈틈을 찾는 데 당력을 쏟을 전망이다. 반도체 관세, 시장 개방 등을 두고 한미 간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점을 주요 고리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야권에 따르면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이재명 정권은 또 샴페인부터 터뜨리고 자화자찬을 시작했다. 지난 8월에도 합의문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된 협상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실패한 협상이었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당 원내대표 전날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해 "3500억 달러 대미투자 합의 자체가 원죄"라며 "3500억 달러 규모는 경제 규모에 비해서 우리에게 매우 큰 부담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해 18.7%, 일본은 13%, 유럽연합(EU)은 6% 수준이다. EU의 3배에 달하는 경제적 부담이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연일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나름 선방한 것 아닌가"며 당황스런 반응이 적지 않다.

모 영남권 의원은 "교착 상태에 빠져 더 이상 진전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그래도 타결이 됐다면 선방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물론 구체적인 합의문은 확인할 필요가 있긴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남권 의원은 "반도체 관세가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부담이나,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당초 3500억 달러 현금투자에서 2000억 달러, 그것도 나눠서 내기로 결론을 지은 건 분명 7월 합의보다는 나아진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자신의 온라인 소통 채널 '청년의꿈'에서 "트럼프 관세 갑질에 대해 그나마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당이 강도 높게 관세 협상을 비판해 온 데 따른 '역효과'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경한 메시지로 일관해 온 탓에 다시 톤을 조절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협상 분위기를 면밀히 살피며 메시지 톤을 조절할 필요가 있었는데, 너무 비판 일변도로 나왔던 점이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국민의힘은 관세 협상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합의문'을 요구하는 식으로 대여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정부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만큼, 이를 고리로 여권을 압박할 전망이다.

실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김용범 정책실장과 다르게 "반도체 관세 문제는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며 타결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러트닉 장관은 또 "한국이 자신들의 시장을 100% 완전개방하는 데도 동의했다"고도 했다.

투자 총액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3500억 달러라고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가 6000억 달러를 넘어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7월에도 다들 샴페인을 터트렸지만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고, 그 문제가 현실화했다.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다"라며 "일본의 경우 비자 문제를 상무부에서 키를 잡고 해결하기로 합의를 봤지만, 우리는 그토록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비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조차 확답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미국은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달라지고 있어 굉장히 혼란스럽다"며 "지금은 '타결'이라는 용어를 쓸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