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국가통신망 마비…사태 7시간 전 경고 알림 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국자원 종합상황실 알림창 꺼놔 장애 이틀간 지속
8년 된 노후장비 고장 직접적 원인…"주인 없는 공통 네트워크 장비"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2025.8.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2023년 11월 국가정보통신망(국통망) 장애로 주민등록등본 발급 등 189개 행정정보시스템이 이틀간 마비된 사건은 노후 장비 관리 부실과 관제 실패가 직접 원인이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29일 나왔다. 정부가 애초 발표한 장애 원인을 일주일 만에 뒤집으면서 국민적 불신을 키운 바 있어, 전자정부 서비스 안정성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됐다.

이날 감사원이 발표한 '행정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실태' 감사 결과, 장애 원인은 행안부가 수정 발표한 대로 8년 된 L3 라우터 고장으로 밝혀졌다. 규정상 내용연수(9년)를 채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체되지 않았던 장비다.

하지만 장애 발생 7시간 전 이미 관제시스템에 경고 알림이 떴음에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자원) 종합상황실은 알림창을 꺼둔 채 확인하지 않았고, 서울청사 당직실도 사실을 잘못 전파해 신속한 조치 기회를 놓쳤다. 이로 인해 규정상 2시간 내 복구해야 할 장애가 무려 이틀이나 지속됐다.

국자원, 공통장비 관리엔 소홀…개별장비보다 노후화율 5배 높았다

감사원은 국자원이 예산 편성 과정에서 각 부처 개별 장비 교체를 우선시하며 공통 네트워크 장비는 '주인 없는 장비'로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공통장비의 노후화율은 개별 장비보다 5배 이상 높아졌으며, 장애가 발생할 경우 다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또 최근 우체국 차세대 금융시스템,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지방세입정보시스템 등 대규모 신규 사업에서 개통 초기에 수천 건의 오류가 반복된 배경으로 '저가 발주'와 '비현실적 사업 기간 산정'을 꼽았다.

지난 10여년간 소프트웨어 인건비와 물가가 각각 80%, 23% 이상 올랐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산정한 기능점수 단가는 10% 남짓 오르는 데 그쳐 우수 업체·인력 유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규모 사업 특유의 생산성 저하를 고려하지 않고 소규모 시스템과 같은 기간 기준을 적용해 만성적 지연과 미흡한 테스트가 반복됐다.

감사원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 행안부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과기부에, 예산 관련 사항은 기재부에 각각 통보했다.

국통망 장애 하나로 189개 시스템 동시 마비…전국적 혼란에 시스템 개선 필요

행정안전부의 '전자정부서비스 이용실태조사'(2023년 12월)에 따르면 전자정부 서비스 이용률은 90.6%에 달한다. 정부24, 각종 민원 포털, 지자체 행정망 등 1만7000여 개 행정정보시스템이 국민 생활 전반에 뿌리내린 셈이다.

그러나 2023년 11월 17일 국통망 장애로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비롯해 189개 시스템이 동시에 마비되며 전국적 혼란이 빚어졌다.

행안부는 초기에는 L4 스위치 고장이라고 발표했다가 일주일 뒤 라우터 고장으로 정정, 원인 번복으로 불신을 자초했다. 같은 해 5월 우체국 차세대 금융시스템, 6월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올해 2월 차세대 지방세입시스템 등 신규 대형 시스템에서도 개통 초기에 수천 건의 오류가 발생, 안정적 구축이 또 다른 과제가 되고 있다.

감사원은 "전자정부 서비스가 국민 생활의 기반이 된 만큼 관리체계 개선 없이는 장애 파급효과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