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T "'우리도 해킹 피해자' 변명 부적절" 개보위서 사과
'역대 최대 과징금' 처분 회의서 진술…"정보보호 기금도 조성"
법률대리인, LGU+·구글·메타 사태 제시하며 "본건보다 심각"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지난 4월 대규모 해킹으로 유심(USIM) 교체 사태를 겪은 SK텔레콤(SKT)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1347억 9100만 원)을 부과받은 가운데 처분 논의 과정에서 정부 측에 '우리도 해킹 피해자'라는 변명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공개한 속기록(회의록)에 따르면 SKT는 역대 규모 과징금이 확정된 지난 8월 27일 열린 제18회 전체회의에서 의견 진술을 통해 이같이 발언했다. 해당 언급은 익명 처리돼 있으나 본인을 소개한 부분에 따르면 정재헌 SK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 겸 SKT 대외협력담당(CGO·사장)으로 파악된다.
정 사장은 "일부 구성원들은 초기에 고도로 조직화되고 지능화돼 있는 슈퍼 해킹조직의 악의적인 공격으로 인해 조 단위 이상의 손실과 함께 큰 이미지 실추를 겪게 된 피해자라는 억울함을 얘기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고객 믿음과 국가기간통신사업자라는 막중한 사명에 비춰볼 때 가당치도 않은 변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반성과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며 "진심 어린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각오를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국가적 정책과 산업계에서의 정보보호 생태계 선순환 정책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며 "조그마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보보호 기금 조성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또 "여태껏 한 번도 이런 사건이 안 생겼다는 점을 방심해 잘하고 있다고만 착각했다"며 "(사태) 초기에 유심 교체 없이 유심보호서비스로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그러나) 많은 고객이 굉장히 불안해했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근원적으로 교체해야겠다고 판단했는데, 판단에 미스(miss)가 있었다"고 말했다.
5월 당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해당 사건에 있어 "이 문제를 일으킨 건 SK텔레콤이 아닌 해커다. SK텔레콤도 굉장한 피해자"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다만 유 장관은 "그럼에도 SK텔레콤은 고객을 방어할 책임이 있다. 당연히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의록에 따르면 정 사장에 이은 SKT 법률대리인의 발언도 눈길을 끈다. 대리인은 "과징금 산정에 있어 평등의 원칙을 고려할 때, 통신사 유출 사고 선례와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2023년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유출 정보나 사태 인지 경위 측면에서 본 건보다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대리인은 SKT에 앞서 최대 과징금(총 1000억 원)을 부과받은 구글과 메타에 대해서도 "해당 사건은 고의·영리 목적이 명백하고 경제적 이익의 취득도 분명한 사안"이라며 "위반 행위의 고의성, 부당이득 취득의 측면에서 본 건의 위법성이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나름대로 보안 조치를 다 했다고 사전 의견서에는 주장했는데, 막상 회의에 와서는 과징금 산정을 두고 적극 주장하는 듯하다'며 기조가 바뀐 이유를 묻기도 했다.
또 한 위원이 회의 현장에는 오지 않은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아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고 묻자, 정 사장은 "정보보호조직이 충분히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는(있었던) 잘못이라는 걸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그러면서 합리·효과성 있는 구조를 위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두고, CPO를 독립되게 별도 조직으로 이번에 정했다"며 "필요하다면 더 필요한 조직까지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8월 1일 SKT는 한 사람이 겸직하던 CPO와 CISO를 분리했다.
정 사장은 이어 "고객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엄청나게 실망하고 불안했던 문제였기 때문에 반성해야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담당자 강화는 100% 수용할 예정이고, 전체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개인정보보호)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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