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지원 하라" 120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허가 발목잡은 여주시장

감사원 "담당부서 건의에도 협의 중단 지시…손실 1주당 17억"
"소방청, 오작동 더 적은 IoT 화재설비 진입장벽 유지"

이충우 여주시장.(여주시 제공) ⓒ News1 김평석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이충우 여주시장이 당선 이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시설 구축 사업과 관련이 없는 지역 숙원사업인 도시개발사업 등의 상생협력 방안을 요구하며 인허가 협의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2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총 사업비 12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민간 투자 프로젝트로, 그동안 산업단지 부지 조성 및 전력 등 필수 인프라 설치를 위한 관련 인허가 협의를 모두 완료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 시장은 축사로 인한 악취 민원이 발생하는 지역에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등 여주시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인허가 협의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지시를 받은 담당부서는 상생협력 방안과 인허가를 별도 처리하자고 건의했으나 이 시장이 여주시 전 부서에 상생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 인허가 협의 절차를 중단하라고 재차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요구를 국토교통부 등 정부기관이 타 지자체 간의 형평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인허가 협의가 중단돼 국책 사업이 최대 5개월 가량 지연됐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자가 추산한 인허가 협의 중단에 따른 손실액은 1주당 17억원 수준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가 시작된 후 여주시 건설과 담당자와 부시장이 5개 인허가 항목을 협의 처리하자고 건의했는데도 이 시장은 상생방안 협의가 먼저 돼야 한다며 계속 거부하다가 국회의 중재로 지난해 11월 인허가 처리됐다"고 밝혔다.

또한 강수현 양주시장은 지난해 7월 선거공약·주민반대를 이유로 적법하게 처리된 물류창고 건축허가의 직권취소를 검토하도록 양주시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양주시 도로과가 공사차량 진출입을 위한 도로점용 및 공유재산 사용허가를 반려하면서 4개월 간 공사가 중단돼 매달 6억7000만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고, 감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11월 인허가 처리를 해줬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해당 사례에 대해 "지역 숙원사업, 선거공약이라는 사유로 지자체장이 부당한 지시로 인허가 권한을 남용해 손해를 끼치는 일"이라 규정하며 행정안전부에 감사 내용을 각 지자체장에 전파하도록 통보하고 이 시장과 강 시장에 대해 엄중하게 주의를 촉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를 시작할 때 직권남용 고발을 검토했으나 감사 과정에서 기관장이 즉시 문제를 시정해 고발하지 않았다"며 "기관장 주의는 감사원이 할 수 있는 행정적으로 가장 높은 수위의 처분"이라 설명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소방청이 기존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잦은 오작동에도 불구하고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IoT 화재경보시스템 등 신종 경보설비 도입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감지 오작동 등으로 인한 비화재경보율의 경우 아날로그 자동화재탐지설비는 7.46%인 반면, IoT 화재경보시스템은 1.03%인 것으로 조사됐다. 즉, IoT 화재경보시스템의 오작동 비율이 훨씬 적은 것이다.

그런데도 소방청은 IoT 화재경보시스템의 안정성 등을 이유로 법령·기준의 제·개정을 지연하고 전통시장에만 설치하도록 적용 범위를 축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공동주택의 경보설비에 아날로그감지기를 의무 부착하도록 행정예고해 사실상 무선방식 신종 경보설비의 공동주택 진입을 어렵게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아날로그 감지기는 무선 방식일 경우 배터리 수명이 10년이고 화재 발생 전 평상시에도 실시간으로 신호를 전송해야 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건의가 있었는데도 소방청이 관련 규정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금융위원회의 소극행정 사례도 적발됐다. 금융위는 신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에 대해 한시적으로 금융규제 적용을 면제해주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제도를 운영하면서 법적 근거없는 사전 수요조사 절차를 만들어 혁신금융심사를 받는 기업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통과한 업체만 신청서 제출 및 심사위원회 상정을 허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에선 수요조사를 거쳐 동일·유사 서비스에 대해선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이는 기업의 정당한 신청 권리를 침해하고 사업 기회를 박탈하는 것인데도 수요조사를 통과해야 정식 신청이 가능하다고 업무매뉴얼에 명시, 해당 제도를 공식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국토교통부는 2009년부터 연구용역을 발주해 건설기계 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검증하지 않은 부실한 용역 결과를 근거로 레미콘의 신규등록을 계속 금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