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사회적비용만 4.7조…정부, '직장 괴롭힘' 없앤다(종합)

가해자 징계 의무화…문제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
의료·교육·문화·체육계 등 분야별 주요대책도 마련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정부는 민간기업 등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생활적폐'로 규정하고 사업장 내 신고제도 마련과 사용자 조사의무 부과 등을 추진한다.

피해자 산업재해보상을 더 강화하는 한편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가해자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 직장 괴롭힘 금지의무는 근로기준법 등에 법령화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6단계 21개 개선과제를 담은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을 논의·확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침해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로서 신체적·신분적·업무적·언어적·개인적 괴롭힘을 포함한다.

이번 대책은 지난 5일 발표한 '공공분야 갑질근절 대책'에 이어 생활적폐 청산을 위해 추진하는 2번째 대책이다. 당시에도 정부는 공공에만 국한하지 않고 민간의 갑질에도 대응하겠단 방침을 소개했다.

직장 괴롭힘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직장 괴롭힘 피해율은 업종별로 3.6~27.5%로서 EU(유럽연합) 국가들보다 2배 이상 높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73.3%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했고 12%는 거의 날마다 괴롭힘을 당한다.

특히 직장 괴롭힘으로 인한 근로시간 손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연간 4조7000억원으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크다. 우울증과 자살 문제 외 괴롭힘의 대물림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고 국무조정실은 지적했다.

우선 직장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직장 괴롭힘의 개념을 마련하고 법령으로 명문화한다. 연구용역으로 직장 괴롭힘의 개념·유형·사례·판단기준 등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배포한다.

이어 국가기관에 대한 신고창구를 '범정부 갑질신고센터'(국민권익위원회, epeople.go.kr)로 일원화한다. 센터는 다음달 내로 구축될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함께 가자 갑질 격파 문화제'에서 총수 퇴진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7.1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현재는 직장 괴롭힘을 신고하더라도 사용자에게 조사의무가 없어 피해사실이 방치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용자가 괴롭힘 신고를 받으면 반드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여기에 직장 폭력·괴롭힘과 관련해 법령 위반행위가 인지·접수되는 경우 고용노동부 등 관련 국가기관에서 법령에 따라 직권조사를 시행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정부는 직장 괴롭힘 금지의무를 근로기준법 등에 법령화하고 지위를 이용한 폭력행위 등 각종 범행시 철저한 수사로 엄정대응하겠단 방침이다.

아울러 피해자·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금지의무를 신설하는 한편 피해자에 대해 심리적·경제적·법률적 지원을 강화한다.

그간 산업재해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직장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부상, 질병·우울증 등에 대해서도 산재보상이 한츧 강화되도록 기준을 개선할 예정이다.

직장 괴롭힘으로 인해 범죄피해자가 된 경우 지금까지 손해배상 청구소송만을 지원했으나, 앞으로는 복직소송 및 보복소송 응소 시에도 법률·소송을 지원한다.

특히 사용자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확대된다. 직장 괴롭힘에 대한 조사결과 가해사실이 발견될 경우 사용자가 가해자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도록 의무화한다.

사용자가 불이익처분금지 및 예방교육 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다.

이외 의료, 교육, 문화예술·체육 등 주요 분야에 대해서도 맞춤 대책이 각각 마련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부터),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18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종-서울청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18.7.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의료 분야'에서는 의사협회와 간호협회 내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직장 괴롭힘 조기발견을 위해 주기적인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시행하겠단 내용이 포함됐다.

직장 괴롭힘 등 인권침해로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 '면허정지' 등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도록 의료법 개정도 함께 추진한다. 간호인력 취업교육센터 등을 통해 피해자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신규간호사 교육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대학원생의 인권보호와 권리강화 등을 위해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 확대·의무화를 추진한다. 국가연구개발과제 수행 과정에서 학생 괴롭힘 행위로 징계를 받은 교수에 대해서는 해당 연구과제 중지 등 제재 방안을 마련한다.

'문화·예술·체육 분야'와 관련해서는 문화예술계 불공정행위 신고센터에 괴롭힘 신고창구를 확대하고 대학체육회 내 스포츠인권센터의 기능을 내실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화예술분야 종사자가 불공정 또는 괴롭힘 행위로 유죄판결 확정시 국가지원사업에서 배제하도록 하고, 체육분야 종사자가 괴롭힘 행위로 유죄판결시 지도자 자격을 취소하도록 조치한다.

정부는 법령개정 전이라도 실행력 담보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시행하겠단 계획이다.

다음달 중으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개정해 직장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한다. 국회논의 등 사회적 공감대를 토대로 직장 괴롭힘 방지 특별법 제정도 검토한다.

회의를 주재한 이 총리는 "젊은 세대는 자신의 인격이나 명예를 상사가 부당하게 훼손하는 것을 더 이상 묵인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지만 상사들의 의식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다"며 "특히 관리자들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는 12월에는 부당하도급, 중소기업 기술탈취, 가맹·대리점 비용전가 등 생활적폐 청산을 위한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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