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고 쪼개고 미루고"…선관위, 기상천외 '대휴 사용법'

감사원, 부적절 대휴 사용 2300여명 적발…"규정 개선 및 엄격한 통제 요구"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급 A 실장은 2014년 9월~10월 4차례 휴일 근무를 했다고 보고했다. 4일 중 3일은 '사무총장배 축구대회' 등 토요일에 벌어진 동호인 체육대회 참석을 위해서였다. 그는 이렇게 대체휴무 4일을 모아 이듬해인 2015년 7월28일부터 31일까지 사실상 연가처럼 사용했다.

#. 서울 관악구선관위 6급 B씨는 2015년 1월~8월 평일 시간외근무와 휴일 근무 등을 모아 총 59.5일의 대체휴무를 확보했다. 이를 활용해 2015년 6월1일부터 7월17일까지 정상근무일 35일 중 29.5일을 몰아서 대체휴무로 쉬었다. B씨는 당시 승진시험을 준비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는데 이런 '장기간의 휴무' 중에도 틈틈이 주말에는 선거보전비용 서면심사나 감시단속을 한다며 다시 휴일 근무를 나와 대체휴무 6일을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취지와 달리 대체휴무를 공무원 임의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자체 규정을 만들어 방만하게 운영하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9일 이같은 내용의 중앙선관위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대체휴무제도 규정 개선 및 엄격한 통제절차 마련 등을 선관위에 요구했다.

A실장이나 B씨처럼 대체휴무를 장기간 미뤘다가 사용하는 것은, 대체휴무가 발생할 경우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바로 직후 정상근무일에 쉬도록 한 공무원 복무규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공무원 복무규정은 또한 대체휴무를 분할해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다른 헌법기관 역시 마찬가지로 분할사용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도 유독 선관위에서는 대체휴무 1일을 반일 또는 시간 단위로까지 여러차례로 나눠 사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방만한 선관위의 대체휴무 규정은 선관위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근거로 2010년 1월 마련됐다.

이를 통해 '선거기간 중 감시 단속' 같은 특수한 사정이 없더라도 이듬해 상반기까지 자유롭게 대체휴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분할 사용도 가능해졌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방만한 규정보다 더욱 자유롭게 대체휴무가 활용됐는데, 평일·휴일의 자투리 시간외근무(8시간 미만)를 모아 8시간 단위로 대체휴무 1일을 부여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공무원 복무규정은 '8시간 이상'의 휴일 근무에만 대체휴무를 보장하고 있다.

더구나 4급 이상은 상급자의 근무명령 없이 스스로 시간외근무를 승인하고 대체휴무를 쓰고 있었다.

1급 A실장처럼 동호인 체육대회에 참석한 것은 아예 '근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대체휴무를 받은 것도 이때문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최근 3년간(2013년 1월~2015년 8월) 선관위의 대체휴무 실태를 확인한 결과, 이처럼 평일 시간외근무 및 8시간 미만 휴일 근무를 이유로 대체휴무를 부여받거나 느슨한 자체 사용기간(이듬해 상반기)마저 경과해 대체휴무를 쓴 공무원이 168명(558일)에 달했다.

또 대체휴무를 분할해서 사용한 공무원이 2188명에 달하는 등 선관위 소속 공무원 2800여명 중 대부분이 대체휴무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선관위는 정원 증원을 섣불리 예단해 승진임용을 실시함으로써 직원 2명을 정원을 초과해 4급으로 부당하게 승진시키는가 하면 상임위원의 요구를 이유로 별정직 4급 상당 직원 1명을 정원 초과해 채용했다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또한 2014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예산(예비비) 중 1억1400만원을 선거가 실시되지 않는 20개 시군구 선관위에 배정해 선거연수회 기념품 구입 등 선거와 관련 없는 경비로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보궐선거 실시 지역의 경우에도 예비비를 배정받은 12개 각급 선관위 등이 1억9500만원을 선거와 관계없는 청사 전기료, 체육행사 참석경비 등으로 집행했다가 이번에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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