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영남 아들이 제 중매…金, '체제 생존 롤모델' 처세술 탁월"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함께 착석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이 남북 공동입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2018.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함께 착석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이 남북 공동입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2018.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김영남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체제 생존형' 모델로 삼을 만큼 처세술과 권력 흐름을 읽는 눈이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를 지내는 등 북한 엘리트 외교관 출신인 태 전 의원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3일 사망한 김 전 상임위원장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태 전 의원은 "제가 12살 때 우리로 치면 외국어 특목고인 '평양 외국어 학원'에 입학했는데 김영남 상임위원장 막내아들 김동호와 같은 반이었다"며 "그래서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갔고 당시 당 국제부장이었던 김 상임위원장은 꼭 집으로 와 점심을 먹었고 저희들이 오면 놀아주고 공부도 봐줬다"고 했다.

또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외교부에 들어갔을 때 김 상임위원장이 외교부장이었으며 유럽 쪽에서 대표단이 오면 제가 들어가서 통역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상임위원장 막내아들로 외교부에서 같이 근무한 김동호가 저와 제 아내 중매까지 서줬다"며 그만큼 각별한 사이였다고 했다.

이어 "김영남이 '체제 생존형 인물'이라는 건 온 북한 사람들은 다 안다. 완전 롤 모델이다"며 "왜 그런가 하면 김씨 일가에게 완전 충성하고, 상황 판단을 정말 잘하고, 권력 향배를 적어도 10년 먼저 읽는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가졌고, 생존 본능이 대단히 뛰어났기 때문이다"고 했다.

여기에 능력도 좋았고 무엇보다 청렴해 흠잡을 틈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 예로 △70년대 초 국제부장 시절 '김일성 혁명 활동 연구실'을 꾸릴 때 김성애 사진 대신 김정일 친모 김정숙 사진을 걸어 김정일이 눈물을 흘린 일 △손자뻘 되는 김정은이가 처음 행사장에 나왔을 때 다른 북한 원로 간부들은 어떻게 할지 몰랐을 때 권력 서열 2위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폴더 인사한 일 △단 한 번도 인사청탁을 들어주지 않은 일 △술을 먹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방문, 남북 공동 입장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장면 역시 "사진을 찍히려 의도한 것"이라고 했다.

태 전 의원은 "당시 김정은 하면 맨날 로켓만 쏘는, 핵실험만 하는 이미지로 굳어져 있었는데 눈물을 흘리는 사진 1장으로 국제사회에 '김정은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겠구나'라는 이미지를 줬다"며 "그만큼 김영남은 '어떻게 하면 김정은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을까'라며 상황 판단을 대단히 빨리하는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