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투옥, 이희호 여사 입 '검정 테이프' 침묵시위…김홍업 작품
안기부 상시감시 DJ 차남…김근태 고문 폭로 뉴욕타임스 제보
귀국 후 대선 승리 정권교체 일등공신 활약…17대 국회의원도
- 김세정 기자
(서울=뉴스1) 김세정 기자 = 24일 별세한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이지만 단순히 '대통령의 아들'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는 아버지와 고난을 함께한 동지였고,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정권교체를 이끈 선거 전략가였다.
고인은 1950년 한국전쟁 직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야당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늘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감시를 받았고, 평범한 사회생활마저도 어려웠다.
197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1976년 김 전 대통령이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투옥되자 모친 이희호 여사와 함께 구명운동을 펼쳤다. 관련자 부인들이 입에 검은색 테이프를 붙이고 벌인 침묵시위는 그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1980년에는 더 큰 시련이 닥쳤다. 신군부가 조작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시위 배후 조종 혐의로 지명수배됐다. 3개월간 도피생활을 이어오다 체포된 후 70여 일간 고문을 당했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시절(1982~1985년)에는 함께 건너가 '미주 인권문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했다. 한국의 인권 상황을 알리고 민주화 운동에 지지를 끌어내는 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당시 고인은 존 케리, 에드워드 케네디 등 미국 정계 유력 인사들과 직접 교류했다고 한다. 고 김근태 전 국회의원의 고문 폭로 내용이 담긴 인재근 전 의원의 녹음테이프를 뉴욕타임스에 제보해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그의 공로로 알려져 있다.
1987년 귀국 후에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돕기 위해 정치 홍보·기획사 '평화기획'을 차렸다. 1995년에는 '밝은세상'을 설립했고, 1997년 대선에서 과학적 여론조사 분석과 홍보 캠페인으로 김 전 대통령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DJ DOC의 노래를 개사한 'DJ와 함께 춤을' 선거광고는 큰 화제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은 "밝은세상이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시 고인이 발탁한 정치인들이 지금도 활동 중이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말기에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각종 이권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가 시작돼 구속기소됐고, 2003년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2007년 재보궐 선거에서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제17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펼쳤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부친의 유산을 지키는 일에 매진했다. '재단법인 김대중기념사업회'(현 김대중재단)을 설립하고, 2019년 이 여사 별세한 후에는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맡아 왔다.
△1950년 전남 목포 출생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ROTC 10기 육군 중위 전역 △미주인권문제연구소 이사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 △제17대 국회의원 △김대중재단 부이사장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liminalli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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