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없는 법사위 현안질의…'서면제청·재제청 요구' 놓고 공방 전망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출석…후보자 개별 접촉 의혹
조희대 불출석 대응 주목…국감·고발 가능성도 거론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6.8.28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31일 조희대 대법원장 불출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법관 후보자 제청 등을 둘러싼 긴급 현안질의에 나선다.

여야는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 경위와 청와대의 제재청 요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고 대법관 후보자 제청 과정을 비롯한 주요 사법부 현안을 놓고 현안질의를 진행한다.

앞서 법사위는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조 대법원장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을 현안질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증인 채택에 반발해 증인 출석 요구 안건이 의결되기 직전 퇴장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조 대법원장은 지난 28일 법사위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현안질의에 출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의견서에서 국회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 제청권 행사에 관해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 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인사 절차와 후보자 신상에 관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노 법원행정처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따로 내지 않아 법사위에 출석할 예정이다.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법사위 불출석 사유서 제출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8.30 ⓒ 뉴스1 신웅수 기자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노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조 대법원장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서면 제청한 경위와 법원행정처의 '후보자 사퇴 종용'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전망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퇴임을 앞두고 있던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 부장판사를 비롯해 김민기 당시 수원고법 판사와 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조 대법원장은 노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퇴임한 뒤에도 후임자를 제청하지 않다가 지난 18일 손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다. 통상 청와대와 대법원 간 사전 조율을 거친 뒤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직접 대면해 이뤄져 온 제청 관행과 달리 조 대법원장은 합의 없이 서면으로 제청하며 여권의 반발을 샀다.

결국 청와대는 지난 28일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하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실질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이 이뤄져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후보자들에게 개별 접촉해 사퇴 의사를 확인한 정황도 확인됐다. 민주당은 법원행정처가 후보자 전원을 자진 사퇴시킨 뒤 후보추천위를 다시 구성해 조 대법원장의 입맛에 맞는 대법관 후보자들을 추천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노 법원행정처장이 후보자들에게 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후보를 추천하는 데 동의해달라는 취지로 연락했다면 "사퇴를 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를 알았다면 '직권남용' 소지가 있고, 몰랐다면 사법행정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끝내 불출석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 위원장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한 처벌 조항을 거론하며 "출석을 의결했는데도 출석하지 않는다면 처벌 조건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곧바로 고발하기보다는 이날 현안질의에서 법원행정처의 답변과 향후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여부 등을 지켜보면서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이 계속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 국정감사 증인으로 다시 채택하거나 고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왼쪽)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운데). 오른쪽은 천대엽 전 법원행정처장. 2025.10.13 ⓒ 뉴스1 유승관 기자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국회 출석 요구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는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과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을 부각하며 여권을 향한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헌법과 법률상 대법원장의 국회 출석 의무가 없다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출석 요구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과거 민주당 의원들의 대법원장의 국회 출석에 대한 발언을 재조명하며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이야말로 헌법을 깡그리 무시하는 헌법 파괴 집단"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장 대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2월 당시 법사위 여당 간사였던 백혜련 의원은 "대법원장의 법사위 출석은 법사위에 유례가 없던 일이다. 대법원장 국회 출석 요구는 삼권분립의 대원칙,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매우 크다"며 "선례가 생기면 논란되는 모든 부분에 대해 무분별한 질의가 가능해지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그랬던 민주당이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인 대법관 제청을 두고 대법원장의 국회 출석을 요구하며 탄핵을 겁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 의원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헌법 62조2항을 보면 대법원장은 국회 출석 의무 자체가 없다"며 "대법원장이 국회에 출석 의무가 없다는 큰 테두리 안에서 국회법 129조도 해석해야 되고, 불출석하는 것이 헌법과 법률을 올바르게 보자는 대법원의 충정 어린 판단"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해서도 '명백한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점식 원내대표는 최근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해 "

이는 이 대통령의 명백한 헌법위반으로 강력 규탄한다"며 "

이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대법원장 제청권을 부정하고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만큼 이날 법사위에서도 같은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조 대법원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리라 생각한다"며 "대법원장이 입장을 밝히는 대로 저희도 침해된 국회의 임명동의권과 관련된 권한쟁의 등 다양한 법적·제도적·정치적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 대법원장은 금주 중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 요구 당일인 지난 28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는 대법관후보추천위의 기존 추천 결과를 존중해 나머지 후보들 중에서 신속하게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손 후보자를 제외하면 기존 추천 후보는 김민기·박순영·윤성식 판사 총 3명이다.

그러나 대법원 안팎에선 대법원이 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꾸리고 천거 절차부터 다시 밟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