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청년 위한다며 청년 미래 빼앗지 말라…용산공원 주택 안돼"
"오늘의 주택 위해 백년 공원 없애는 건 미래세대에 실패 떠넘기는 일"
오세훈도 이재명 대통령 면전서 반대…용산공원 놓고 정부·서울시 충돌
- 홍유진 기자,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구진욱 기자 =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정부가 검토해 온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 내 주택 공급 방안과 관련해 "청년을 위한다면서 청년의 미래를 빼앗지 말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용산공원 내 주택 건설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정 전 의장까지 공개 비판에 가세한 것이다.
정 전 의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원을 허물어 아파트를 짓겠다는 정부, 이것이 미래를 위한 주택정책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주택이 부족하다고 서울 한복판의 공원부터 없애겠다는 것이 과연 국가의 주택정책인가"라고 밝혔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 전 의장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개정했던 국회의장으로서 정부가 용산어린이공원에 청년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밀어붙이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공원은 단순한 빈 땅이 아니다"라며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지키고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아파트 몇 채가 아니다"라며 "청년들이 살아갈 도시와 다음 세대가 누릴 국토를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청년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공원은 한번 없애면 다시 만들 수 없다"면서 "오늘의 주택 몇 채를 위해 백 년을 내다보고 지켜야 할 공원을 없애는 것은 주택정책의 실패를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합리화하고 계획된 택지와 신도시 공급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주택 공급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 균형발전을 통해 지방의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개선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주택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정 전 의장은 "정부는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바라보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며 "집을 짓겠다고 도시를 파괴하지 말라"고 했다.
이어 "공원은 정부가 필요할 때 잠시 빌려서 함부로 쓸 수 있는 땅이 아니다"라며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국민의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용산 어린이정원 주택 공급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달 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용산 어린이정원 일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서울시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용산 어린이정원 내 주택 공급은 전혀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지난 6일에도 용산공원 부지를 주택 공급에 사용하는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을 놓고 오 시장과 이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주고받았다.
오 시장은 국무회의에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용적률, 임대주택 의무 비율 등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국무회의를 마친 뒤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께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짓는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히 반대의 뜻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당시 "닥공에도 원칙이 있다"며 주택은 다른 지역에도 공급할 수 있지만 한번 사라진 도심 녹지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다만 규제 완화의 긍정적 효과와 부작용 사이에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며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공급 확대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청와대는 오 시장이 밝힌 '용산공원 주택 반대' 발언이 실제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를 두고는 다른 설명을 내놨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오 시장의 설명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용산공원 관련 논의를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용산공원 활용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정부와 서울시 간 주택 공급 정책 갈등으로 번지는 가운데 정 전 의장까지 공원 보존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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