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1심 유죄에 보수 권력 지형 촉각…저마다 셈법 제각각
吳 위기에 장동혁 체제 힘받나…친한계는 신중 모드
- 홍유진 기자,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조유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론조사 대납' 의혹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보수 진영 내 지각 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차기 권력 구도를 둘러싼 각 진영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당권파에서는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크게 손해볼 것 없다는 기류가 읽힌다. 반면 친한계는 당장의 반사이익보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26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 시장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공개적으로는 오 시장을 엄호하며 사법부를 향한 비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서 "아쉬움이 크다. 항소심에서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며 "이재명 정권의 야당 죽이기와 정치 탄압, 끝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논평을 잇달아 내고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 정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박성훈 수석대변인)", "가설과 정황에 기댄 정치적 판결, 항소심에서 법리와 증거로 바로잡혀야 한다(최보윤 수석대변인)" 등 사법부를 향해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정치 지형에 미칠 영향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심에서 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이 선고되면서 이르면 내년 4월 보궐선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오 시장이 중도 보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만큼 단기적으로는 당내 개혁·쇄신 세력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3 지방선거 국면에서 장동혁 대표와 각을 세워 온 오 시장은 독자노선으로 승리하며 단숨에 보수 진영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선거 후에도 장 대표의 '전면 재선거' 주장에 반기를 드는 등 당내 쇄신론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정치적 운신 폭이 좁아진 만큼 현 지도부 체제에 한층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당 대표 퇴진을 요구해 온 당내 초재선 모임 '대안과미래'에 오 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만큼, 쇄신파 전반의 동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권파는 공개적으로는 사법부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불리할 것은 없다는 기류다. 오 시장의 입지가 좁아질수록 장 대표 퇴진론이 사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법원 확정 판결로 내년 보궐선거가 현실화할 경우 공천 과정에서 장 대표의 입지가 한층 단단해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수도권 선거에서 장 대표 노선으로 승리할 수 있겠냐는 문제 제기가 불거질 가능성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패배할 경우 장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한테 단기적으로 좀 더 유리할 순 있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며 "장 대표는 자기 갈 길을 이미 확실히 정해놓고 계획에 따라서 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약간의 훈수꾼이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친한계에서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한동훈 의원과 오 시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서 경쟁하는 관계이긴 하지만, 그동안 장 대표를 함께 견제해 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결 직후에는 한 의원에게 반사 이익이 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당장 오 시장의 위기를 한 의원의 정치적 기회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데 친한계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된 기류다.
이에 당장 한 의원의 복당 등 차기 당권 구도에서의 수혜를 기대하기보다는 오 시장의 입지 약화가 당내 쇄신 동력의 위축과 장 대표 체제 강화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짙다.
한 친한계 의원은 "우리 당이 중도 확장성을 갖추고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분들이 많아야 할 텐데, 그런 동력을 하나 잃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당황스러운 판결이고, 2심에서 바로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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