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1심 유죄에 보수 권력 지형 촉각…저마다 셈법 제각각

吳 위기에 장동혁 체제 힘받나…친한계는 신중 모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 및 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5.11.12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조유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론조사 대납' 의혹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보수 진영 내 지각 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차기 권력 구도를 둘러싼 각 진영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당권파에서는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크게 손해볼 것 없다는 기류가 읽힌다. 반면 친한계는 당장의 반사이익보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26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 시장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공개적으로는 오 시장을 엄호하며 사법부를 향한 비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서 "아쉬움이 크다. 항소심에서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며 "이재명 정권의 야당 죽이기와 정치 탄압, 끝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논평을 잇달아 내고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 정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박성훈 수석대변인)", "가설과 정황에 기댄 정치적 판결, 항소심에서 법리와 증거로 바로잡혀야 한다(최보윤 수석대변인)" 등 사법부를 향해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정치 지형에 미칠 영향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심에서 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이 선고되면서 이르면 내년 4월 보궐선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오 시장이 중도 보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만큼 단기적으로는 당내 개혁·쇄신 세력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3 지방선거 국면에서 장동혁 대표와 각을 세워 온 오 시장은 독자노선으로 승리하며 단숨에 보수 진영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선거 후에도 장 대표의 '전면 재선거' 주장에 반기를 드는 등 당내 쇄신론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정치적 운신 폭이 좁아진 만큼 현 지도부 체제에 한층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당 대표 퇴진을 요구해 온 당내 초재선 모임 '대안과미래'에 오 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만큼, 쇄신파 전반의 동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5 재정비촉진구역을 찾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24 ⓒ 뉴스1 오대일 기자

당권파는 공개적으로는 사법부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불리할 것은 없다는 기류다. 오 시장의 입지가 좁아질수록 장 대표 퇴진론이 사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법원 확정 판결로 내년 보궐선거가 현실화할 경우 공천 과정에서 장 대표의 입지가 한층 단단해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수도권 선거에서 장 대표 노선으로 승리할 수 있겠냐는 문제 제기가 불거질 가능성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패배할 경우 장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한테 단기적으로 좀 더 유리할 순 있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며 "장 대표는 자기 갈 길을 이미 확실히 정해놓고 계획에 따라서 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약간의 훈수꾼이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6 국민공공정책포럼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민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16 ⓒ 뉴스1 유승관 기자
친한계, 단기적 반사이익보단 신중론

친한계에서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한동훈 의원과 오 시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서 경쟁하는 관계이긴 하지만, 그동안 장 대표를 함께 견제해 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결 직후에는 한 의원에게 반사 이익이 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당장 오 시장의 위기를 한 의원의 정치적 기회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데 친한계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된 기류다.

이에 당장 한 의원의 복당 등 차기 당권 구도에서의 수혜를 기대하기보다는 오 시장의 입지 약화가 당내 쇄신 동력의 위축과 장 대표 체제 강화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짙다.

한 친한계 의원은 "우리 당이 중도 확장성을 갖추고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분들이 많아야 할 텐데, 그런 동력을 하나 잃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당황스러운 판결이고, 2심에서 바로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