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앞세워 동진하는 민주…노선 갈등 제자리걸음 국힘

가처분·무소속 변수…영남 민심 "이번엔 제대로 죽어야"
오세훈도 지도부 거리두기…경기·호남 후보조차 못 세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6.3.30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중도 실용' 노선을 앞세워 영남 공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공천 파동과 노선 충돌이 겹치며 텃밭인 대구에서도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당이 외연 확장으로 동진에 속도를 내는 사이, 야당은 내홍에 발목 잡힌 모습이다.

30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해 공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2.5%포인트 반등하며 30%선을 회복했지만, 민주당과는 20%포인트 넘는 격차를 보였다. 한국갤럽과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여전히 지지율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내부 노선 갈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9일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결의문 채택 이후 잠잠해지는 듯했던 갈등은 박민영 미디어대변인 재임명 등을 계기로 재점화될 조짐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박민영 미디어대변인 문제를 두고 "우리는 왜 민주당처럼 뭉치지 못하느냐"고 질책하며 결속을 강조했다. "당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취지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 안팎의 균열이 동시에 노출되면서 국민의힘이 선거를 앞두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영남권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금 당이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바꿀 힘도 대책도 없다"며 "상황이 매우 암울하다"고 토로했다.

영남권 민심도 예전과 달라졌다는 평가다. 이 의원은 "지난 총선 때는 개헌 저지선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차피 표를 줄 거라 생각하는 것 아니냐' '이번엔 한 번 제대로 죽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텃밭 대구에서조차 공천 갈등이 격화되며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주호영 의원은 컷오프(공천 배제)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르면 이번 주 법원 판단에 따라 경선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주호영, 가처분 기각시 무소속 출마 가능성 열어놔

주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모든 경우를 다 대비하고 있다"며 경선 중단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각될 경우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열어뒀다.

주 의원과 함께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당색인 빨간색 대신 흰색 옷을 입고 독자 유세에 나섰다. 이날 유영하·윤재옥·이재만·추경호·최은석·홍석준 예비후보가 참여하는 경선 토론회가 예정돼 있지만, 경선 자체보다 공천 파열음에 더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김부겸, 대구시장 출마 선언…정청래 일정 절반 영남 할애 공들이기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국무총리를 지낸 거물급 인사를 전면에 내세워 국민의힘 텃밭 공략에 나섰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와 대구 2·28 공원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역시 최근 한 달 일정의 절반 이상을 영남에 할애하며 동진 전략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보수의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대구 민심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25일 발표된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는 김 전 총리가 국민의힘 예비후보 6명과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선 측면에서도 양당 간 간극은 더 벌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중도 실용 기조를 앞세워 보수층까지 파고드는 반면,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 이슈에 집중하며 오히려 오른쪽으로 점점 수축하는 흐름이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정선거 태스크포스(TF) 구상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선거 시스템을 개선하고 공정선거를 위해서 감시 체제를 강화하자는 것이 어떻게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이어지느냐"고 말했다.

이명박 "참패를 인정하는 것이 먼저" 자성 촉구

보수 원로들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참패를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입장 차로 진영 내 갈등이 이어지는 데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희망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서도 균열 조짐은 감지된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일부 예비후보들이 당과 거리두기에 나선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차원의 별도 중도 확장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는 지도부를 향해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다. 입게 해달라"고 거듭 노선 전환을 요구했다.

험지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기지사 선거는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유승민 전 의원 차출론에 기대고 있고, 호남에서는 광역단체장 후보가 전무한 상태다. 호남 지역 41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는 단 1명에 불과하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저의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시사했지만, 열세 구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