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탄압" 주장하며 張 단식장 거리 둔 韓…'벼랑 끝 승부수'

韓, 재심 없이 사과·탄압 동시 주장…징계 앞두고 ‘배수의 진’
정치적 명분 쌓아 당 지도부 압박…張 단식 후 좁아진 입지는 변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윤리위원회 제명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1.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홍유진 박소은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 농성이 8일 만에 종료되면서, 보수 야권의 시선은 이제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 사태'로 옮겨가고 있다.

한 전 대표가 보인 일련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선 "배수의 진을 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별도의 재심 신청 없이 '정치 탄압'을 전면에 내세워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이른바 '핍박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빌드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장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이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24일 야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전날 자정까지 당 지도부에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에 대한 재심 신청을 하지 않았다. 앞서 당 지도부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에게 당규상 보장된 재심 신청 기간 10일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전 대표 측은 지난 18일 공개한 페이스북 메시지가 최종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저에 대한 징계는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재심 신청 없이 정치적 명분 쌓아 당 지도부 압박…친한계 "제명? 서사 쌓을 수 있어"

정치권에선 한 전 대표의 선택을 '벼랑 끝 전술'로 보고 있다. 당규에 보장된 절차를 스스로 밟지 않으면서, 정치적 명분만으로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 대표는 입장문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치 탄압' 주장을 동시에 제기했다. 당내 의원들의 사과 요구는 수용하되, 징계 절차의 부당함을 동시에 강조하며 정치적 정당성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재선 의원은 "한 전 대표의 사과문 그 자체로 상당히 진전된 입장"이라며 "지도부가 이같은 조치에 대한 평가를 무시하고 징계를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가 그간의 주장으로 정치적 명분을 쌓은 만큼, 지도부가 제명을 의결하더라도 "잃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박해받는 정치인'이라는 서사가 만들어지면서 정치적 확장성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전 대표의 입장문을 두고 "제명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오는 이유다.

친한계 윤희석 전 대변인은 최근 CBS라디오에서 제명과 관련해 "서사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 야권 관계자는 "징계 절차 전반을 '조작 감사'로 규정지으면서, 제명되더라도 당 밖에서 박해 이미지를 내세워 투쟁에 나설 명분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의원들의 요구에도 한 전 대표가 끝내 장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찾지 않은 것 역시 이같은 벼랑 끝 전술의 퇴색을 우려했다는 것이 친한계의 설명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징계에 대해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보복'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둔 상황에서, 모두가 간다는 이유로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간 그간 세웠던 명분이나 논리가 다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동혁 단식으로 당내 분위기 반전…국힘 지도부, 이르면 29일 징계 여부 결론

정치적 명분을 앞세운 벼랑 끝 전술이 유효하게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한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당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 때까지만 해도 중진 의원들까지 나서 제명을 만류하고 나서는 등 당내 여론은 한 전 대표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러나 장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면서 분위기는 다소 반전됐다.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가 단식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힌 데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외연 확장을 강조했던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장 대표를 찾으면서 한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다.

막판까지 거론됐던 한 전 대표의 단식장 방문이 끝내 성사되지 않으면서, 양측이 갈등을 좁힐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전 대표가 사과와 동시에 정치 탄압을 주장한 것을 두고도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당 지도부는 장 대표가 병상에서 복귀하는 대로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9일 최고위원회가 '운명의 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여전히 당내에는 한 전 대표 제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지도부가 결정을 보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 1시 국회 앞에서 한 전 대표의 제명 결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