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기업 중대위법 과징금 상향…배임죄 대체입법 마련 중"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TF 당정협의
사업주 형사리스크도 완화…"다음 회의에 배임죄 관련 발표"

권칠승 경제형벌민사책임 TF 단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제2차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5.12.3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세정 금준혁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30일 기업의 불공정거래 등 중대 위법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줄이는 대신 과징금을 대폭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정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331개의 경제형벌 규정을 정비하는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논의했다.

2차 방안의 핵심은 중대 위법행위에 대한 금전적 책임 강화다.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선 형벌 조항을 폐지하는 대신 과징금 상한을 기존 5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10배 올리기로 했다. 하도급법도 대금의 2배 이내를 벌금으로 부과하던 것을 폐지하고 과징금 한도를 기존 2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징역형 등의 형벌은 완화하되 과징금을 상향해 실질적으로 위법행위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사업주의 형사리스크도 줄이기로 했다. 고의가 아닌 단순 행정상 의무 위반 등에 대해선 형벌을 완화하거나 과태료로 전환해 기업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자가 상호에 '금융투자' 등 유사 명칭을 사용했을 때 부과되던 형사처벌(징역 최대 1년) 규정은 폐지되고, 대신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대기환경보전법, 자동차관리법 등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 부과로 개선된다.

아울러 민생경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과자 양산 우려가 있는 국민의 생활밀착형 의무 위반이나 경미한 실수에 대한 형벌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날 당정협의회에는 권칠승 민주당 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단장과 TF 소속 최기상·오기형·허영·김남근 의원이 참석했고, 정부 측에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성호 법무부 장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권칠승 경제형벌민사책임 TF 단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제2차 당정협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12.3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구 부총리는 "우리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과도한 경제 형벌이라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경쟁하고 있다"며 "강력한 형벌 규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나 불공정 거래 등 기업의 중대 위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형벌 중심 제재 방식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에 정부는 지난 9월 1차 방안에 이어서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법무부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정한 경제 질서와 국민 권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면서도 민생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번 개선안을 각 상임위에 법안 형태로 배분해 입법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비공개 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난 권 단장은 "여야 간에 크게 쟁점이나 이견이 있을 거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실무적으로는 시간이 걸릴 수 있어도 다른 안건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정은 이날 배임죄 폐지 관련 경과 보고도 받았다. 권 단장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배임죄는 공식 안건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현재 법무부를 중심으로 대체 입법안을 마련 중이고 준비되는 대로 향후 별도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권 단장은 "배임죄 관련해서는 그동안 진행 상황과 실무적 부분을 논의했다"며 "다음 당정협의회 때 배임죄 관련 직접적 사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까지 논의됐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상법상 배임죄 폐지는 야당에서도 법안을 내놓은 게 있고 이견이 없다. 여야 간이나 사회적으로도 큰 이견이 없다고 본다"며 "다음 단계로 나머지 부분까지 같이 처리하는 부분에 대한 게 큰 작업이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직까지 완성본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liminalli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