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장동혁, 리더십 위기…'강성 지지층 바라기' 닮은꼴

정 대표, 핵심 공약 '대의원 당원 1인1표제' 부결에 '난감'
장 대표, 계엄 사과 논란 수렁…친윤계까지 "尹 인연 그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악수하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박기현 기자 = 취임 100일을 갓 넘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나란히 위기에 봉착했다.

정 대표는 당원 주권 시대를 공약하며 야심차게 추진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이하 당원 1표제)가 무산됐고,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전후해 '사과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청래, 당대표 핵심 공약 '당원 1표제' 부결에 '난감'

정 대표는 전날(5일) 자신이 주도해 추진한 당원 1표제 도입안이 최종 관문인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이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20 대 1 미만'에서 '1 대 1'로 개정하는 당헌 개정안으로, 정 대표가 당대표 선거에 나서면서 제시한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당초 지난달 28일 중앙위 처리 예정이었던 1인1표제는 영남 등 권리당원 수가 적은 지역에 가중치를 두는 등의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 속 일주일 미뤄진 바 있다.

민주당이 이 기간 동안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하면서 일부 당원들의 항의 시위와 무효 확인 가처분 신청 등 소란이 있었으나 1인1표제의 중앙위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여겨졌다. 가처분 신청은 기각되고 중앙위 전 단계인 당무위원회에서 '가중치 부여 수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부결이라는 결과가 도출되면서 정 대표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번 결과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를 향해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인1표제 추진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던 가운데 특히 정 대표의 움직임은 '당대표 연임용 사전 작업'이라는 의심이 제기돼 왔다.

정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대의원 표심에서는 라이벌인 박찬대 후보에게 뒤졌으나 강성 지지층 중심의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압승한 바 있다.

더구나 그간 정 대표를 향해서는 '자기 정치'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정권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과 자주 엇박자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지난달 3일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 추진을 공개적으로 멈춰 세우면서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들이지 말길 바란다"(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고까지 했다.

중앙위원들이 당 지도부를 포함해 현직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시·도지사 등 당 핵심 인사들인 점을 고려하면 정 대표가 아직까지 당 주류 조직을 끌어안지 못한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이로써 당 주류로 일컬어지는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 간 신경전이 더욱 극대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운동장에서 한국사진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2025 사진기자가족 체육대회'를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2025.11.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장동혁, 계엄 사과 논란 지속…친윤계까지 "尹 인연 그만"

장 대표 또한 녹록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1주년을 전후해 사과 논란의 한복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달부터 장 대표 취임 100일이자 비상계엄 1주년을 계기로 대국민 사과에 나서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도 절연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1주년 당일인 3일 "비상계엄은 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밝혔다. 또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고는 했지만 명시적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일 당내에서는 장 대표와 결이 다른 메시지가 잇따랐다. 당 투톱의 한 축인 송언석 원내대표는 원내지도부와 함께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고, 당 소속 의원 25명도 "계엄 주도 세력과 단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조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로 꼽히는 윤한홍 의원마저 지난 5일 이재명 정부 6개월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장 대표를 앞에 두고 "국정 마비가 계엄의 원인이라는 얘기는 더는 하면 안 된다"며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의 굴레를 벗어나자"고 공개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 이처럼 '원보이스'가 붕괴된 배경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장동혁 지도부 출범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날 공개된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24%를 기록해 민주당(43%)과 19%포인트(p) 차이가 났다. 국민의힘은 4주째 같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날 장 대표가 4선 이상 중진들과 개별적으로 만남을 갖고 리더십 회복에 나서기는 했으나 긍정적 결과가 도출될진 미지수다. 당은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 비상계엄 사과 등은 주요 의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두 사람의 리더십 위기에 대해 "공통적으로 자기 정치가 너무 과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행보에 신중을 기하지 않는다면 양 대표 모두 권력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