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명품백 선물이 단지 예의 차원이라는 착각
- 손승환 기자

(서울=뉴스1) 손승환 기자
사인 간 의례적인 예의 차원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자신의 배우자가 영부인에게 시가 100만 원대의 명품 가방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여당 대표였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내놓은 해명이다. 그의 대처는 국민과 동떨어진 정치권의 눈높이를 재확인시켰다. 비록 현재는 집권여당 지위를 내줬다 하더라도 한때 여당 대표로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사과는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러나 당대표 당선에 따른 대가성 선물은 아니라고 해명하는 데 급급할 뿐 사과 한 줄 없었다. 대신 입장문에는 '사회적 예의 차원', '덕담 차원' 같은 변명이 가득 찼다. 말미에는 "억측을 바탕으로 한 보도를 삼가달라"며 언론을 압박했다.
같은 당 의원들도 거들었다. 성일종 의원은 "100만 원 정도 되는 백이 무슨 뇌물이냐"고 했다. 성 의원의 발언은 100만 원대 선물은 정치권에선 지극히 흔하고 당연한 문화라서 문제 삼을 게 아니라는 말로 들린다. 국민과는 딴 세상에 사는 듯한 '여의도식 문법'이다.
이 사건은 국민의힘 경선과 공천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가 개입됐다는 점에서 무게가 가볍지 않다. 김 여사는 국민의힘 외에도 여러 기업인과 종교인이 연루된 매관매직 의혹의 핵심 당사자다. 또 윤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진 이준석 대표가 쫓겨나다시피 한 뒤 치러진 전당대회였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김 전 대표는 지금이라도 이 의혹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혀야 한다. 당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 대표를 지낸 중진이 당에 더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사과에 인색한 현 국민의힘에서 '위법이 아니니 문제없다'는 식의 태도보단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사과가 한 번쯤 나올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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