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1%만 투표했는데 압도적?"…정청래 '1인1표제' 강행에 민주 내홍

이언주, SNS 통해 정청래에 공개 반발…"어불성설"
친명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가세…정청래 리더십 위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호남발전과제 보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세정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1인 1표제'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이 시작부터 역풍에 직면했다. '졸속 처리'라며 공개 반기를 든 이언주 최고위원에게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회의록까지 공개하며 맞불을 놓으면서 지도부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친명(친이재명)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까지 가세해 제동을 걸면서, 단순 이견을 넘어 정 대표 체제의 리더십 위기로 비화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등가성을 맞추기 위해 관련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이 기존 20대 1 미만에서 1대 1로 조정하는 게 골자다. 이는 정 대표가 전당대회 때부터 주장해 온 것으로, 당원 주권을 강화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권리당원 중 16.81%만 투표…"압도적 찬성 맞나"

하지만 당내 반발을 키운 건 저조한 참여율 속에 강행된 '속도전' 탓이다. 권리당원 중 투표 참여율은 16.81%에 불과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SNS를 통해 "164만여 명 중 16.8%에 불과한 24만여 명이 찬성한 결과를 압도적 찬성이라며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전 당원 투표라는 형식을 갖췄지만, 실제론 소수 당원의 의사만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이 가져올 실질적 파급 효과에도 시선이 쏠린다. 대의원제가 사실상 무력화되면 강성 권리당원들의 영향력이 절대화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핵심 지지층이 당 의사 결정의 중심으로 올라서면서, 이번 개정이 사실상 '연임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언주 최고위원이 지난 8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8.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언주 "李대통령은 안 그랬는데"…혁신회의 "지도부 행보에 우려"

최고위원회의 처리 과정도 논란을 키웠다. 이 최고위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최고위에서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강행 처리됐다고 한다.

이 최고위원은 "이런 사안을 이재명 대통령께서는 (당대표 시절)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적이 없었고, 갈등과 이견을 줄이고 끝까지 합의를 위해 노력하셨다"며 정 대표의 일방통행을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연이은 견제도 정 대표에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혁신회의는 전날 논평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의 행보에 대한 당원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의견수렴 방식·절차적 정당성·타이밍 면에서 '이렇게 해야만 하나'라는 당원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들려온다"고 밝혔다.

혁신회의는 앞서 유동철 부산 수영 지역위원장의 부산시당위원장 컷오프 사태 때도 반발한 바 있어, 이번이 정 대표를 향한 두 번째 공개 견제구다. 최대 친명계 조직인 이들이 당 운영 방식에 제동을 거는 형국이 반복되면서, 정 대표의 구심력 약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SNS에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일부 당 지도부의 의견만으로 추진된 것은 사실과 다르다. 7대 2로 의결됐다"며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자기 정치' 논란으로 번진 당내 불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도 존재한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당대표 연임을 염두에 두고, 또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있는 부분을 정 대표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요 사안에) 당원 의견 수렴하려면 정족수 규정이 있어야 할 텐데 이번에 16.8%만 투표에 참여했지 않나. (소수만 참여하는)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1인 1표제'를 내걸었지만 정작 당내 민주주의는 후퇴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역설이라는 지적이다. 정 대표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향후 당권 장악력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liminalli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