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탄핵→독재→히틀러' 수위 높이는 장동혁…여론은 무감

정부여당 겨냥 '강강강'…재명 대신 '재앙' 고강도 발언
당내 계파갈등 조정 심혈…국힘 지지율은 바닥 '딜레마'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체포 관련 기자간담회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10.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외강내유'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부·여당을 향해서는 '이재명 대통령' 대신 '독재자'라 이름 붙이며 각을 세우는 한편, 당내를 향해서는 분열을 최소화하는 로우키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하지만 전략 의도와는 달리 여론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강성 지지층의 전폭적인 집결을 끌어내는 것도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장동혁 "재명 대신 재앙" 수위높은 비판…18~29세 새 지지층 소구 전략?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동혁 대표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이 대통령을 거론할 때마다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전면 생략하고 있다. 대통령 직함 대신 '히틀러', '재명 대신 재앙'이라 지칭하며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가는 중이다.

장 대표의 강도 높은 비난은 대장동 논란 등 정부·여당의 악재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6·3 지방선거의 지지층 집결을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장동혁 지도부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여투쟁이 이목을 모으기 위해서는 간결하고 강력한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송출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아가 지도부는 현재 다수의 여론 조사상 18~29세 연령대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연령층이 페이스북 대신 스레드(Threads)·유튜브 쇼츠를 주로 이용하는만큼 짧고 강도 높은 메시지로 타깃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국민의힘 한 지도부는 뉴스1에 "보수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가능성을 보려면 이 지지자를 새로운 지지층으로 단단하게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 초반, 새로운 유권자층에서 우리 당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다는 건 '이재명'이라는 인물에 대한 비호감도가 있는 것"이라며 "그 부분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가진 긴급 현장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1.1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발언 의도 적극 설명, '이견 표출 자제' 당부도…지도부 안정 주력

당내 상황을 두고는 분열 목소리가 노출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당내 계파 갈등이 극한에 달하며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퇴, 다수의 지도부가 붕괴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장 대표는 최근 범여권과 일부 자당 의원들이 본인의 '우리가 황교안이다' 발언을 도마에 올리자 해당 발언의 의도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기됐던 극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즉흥적 발언은 아니다. 전략적 판단에 의한 것이다. 부정선거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방송 등에 나가) 공개적으로 이견을 표출하면 당에 도움이 되겠나. 제가 안 되기를, 당대표가 싫으신 분들은 그렇게 하셔도 상관이 없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PK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 의원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갖고 있는 캐릭터 때문에 장 대표를 비판하는 사람도 일부 있긴 하다. 그런데 지금 국면에서는 정말 작은 단위의 논의고 곁가지"라며 "전체적으로 (야권에 대한) 탄압 쓰나미를 중점적으로, 사안 전체를 봐야 하는 것이고 대표가 충분히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10.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전략적 판단이라지만…국민의힘 지지율 대선 패배 직후 수준 추락

장 대표가 '외강내유'라는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지지율은 정반대 그래프를 보이고 있어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있다. 특히 임기 초반인 이재명 대통령을 겨눠 탄핵 카드를 꺼내들며 중도 확장성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전략이 6·3 지방선거에서 되레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26%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했다. 6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전히 20%대 박스권에 갇힌 상태로, 좀처럼 반사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날(13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성적표는 더욱 저조하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전 주 조사보다 3%포인트(p) 상승한 42%인 반면, 국민의힘은 4%p 하락한 21%로 두 배가량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 대선 패배 직후 실시된 6월 2주차 조사(23%)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후 국민의힘은 약 두 달 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지방선거를 견인할 중도층에서의 이탈이 결정적이었다. 중도층 기준 민주당은 직전 조사 36%에서 6%p 상승한 42%를, 국민의힘은 19%에서 8%p 하락한 11%를 기록했다.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가) 집토끼·산토끼 생각이 많다. 정치는 마음으로 하는 거 아닌가"라며 "아스팔트에서 마이크를 잡는 모습이 온건한 보수주의자들에게 얼마나 와닿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