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회견 대신 봉사활동 택한 정청래…갈등설에 '로키' 행보

유기견 봉사활동 이어 소방공무원 격려까지…"말보다 일 집중"
李지지율 반등 속 '당 지지율' 정체 두고 엇갈린 해석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용인시 처인구의 한 유기견 보호소를 봉사활동차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1.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세정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통상적 기자간담회 대신 유기견 봉사활동 등 민생 현장을 찾는 '로키(low-key)' 행보를 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APEC 성과로 반등한 시점과 맞물려, 최근 '오버페이스' 논란을 빚은 당정 관계에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9일) 100일 간담회 대신 경기 용인시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보호소 관계자 등과 현장간담회를 가진 뒤 제63주년 소방의 날을 맞이해 용인소방서 백암119안전센터를 찾아 소방공무원들을 격려했다.

회견을 생략한 것은 평소 '형식'을 싫어하는 정 대표의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공지를 통해 "정 대표는 의례적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며 100일이라는 숫자에 맞춰 간담회를 여는 것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것이 평소 일관된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금은 대통령 임기 초에 내란청산과 개혁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APEC 성과 확산 및 관세협상의 후속조치 등에 대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할 때로서 당과 정 대표는 이를 튼튼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책무라는 생각"이라며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으로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일 때라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유기견 봉사 현장에서도 정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관례라고 그러는데 대한민국은 관례 국가가 아니다"라며 "오늘은 말보다는 일을 하러 왔다"고 했다.

이러한 행보는 최근 재판중지법 추진 등 강성 행보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실리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박 수석대변인의 입장도 이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이같은 '속도 조절'은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하는 복잡한 여론 지형 속에서 이뤄졌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뚜렷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3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에선 53.0%로 3주 만에 반등했고, 7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63%로 직전 조사 대비 6%p가 급등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외교 성과가 당으로 이전되는지를 두고 '디커플링' 현상이 불거졌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디커플링은 탈동조화라는 뜻으로 정치권에선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연동되지 않는 현상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

갤럽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40%를 기록해 직전 조사보다 1%p가 떨어져 제자리걸음을 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함께 가면 더 좋긴 하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는데 당이 거기에 못 미친 건 디커플링이 맞다"고 분석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용인시 처인구의 한 유기견 보호소를 봉사활동차 방문해 유기견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다만 당 안팎에선 건강한 긴장 관계라는 해석도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정 엇박자' 지적을 두고 "당과 정부는 서로 협의하고 조율하는 것이지, 일방적인 지시 관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표는 "국정운영의 틀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에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지 않겠나"라며 "오히려 이런 논의와 토론이 민주당 정부의 건강한 소통구조를 보여주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박상병 평론가도 "정 대표가 대통령실과 찰떡궁합이라면 여당이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며 "지금의 스탠스과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좋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지지율 숫자보다 더 근본적 과제를 안게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 평론가는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켜 지선 승리를 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며 "그러나 아직도 내란 척결이 유효한 슬로건인지, 100일 동안 내란 청산과 개혁 외에는 다른 정치적 어젠다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당 대표로서 취약성을 보인 게 아닌가"라고 했다.

리얼미터 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18세 이상 251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무선 자동응답 방식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1%였다.

한국갤럽 조사는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기반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고,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liminalli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