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본회의장에 李대통령 '애드리브' 없었다…"좀 허전"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국힘, 추경호 영장 항의에 불참
33차례 박수 역대 두 번째…역대 최고는 박근혜 당시 35차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2025.11.4/뉴스1 ⓒ News1 국회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김일창 임윤지 홍유진 기자 = 취임 후 두 번째 시정연설을 위해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의 첫 마디는 이랬다.

"조금 허전하군요 (웃음)"

국민의힘이 추경호 의원에 대한 내란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하며 본회의 참여를 거부한 상황을 이 대통령이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숨을 고른 뒤 텅 빈 국민의힘 쪽을 한 차례 응시했다. 국민의힘의 불참은 지난 6월 26일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때와 180도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특유의 즉흥 발언(애드리브)은 연설 시간 약 22분간 이 발언,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시정연설에서 연설 시작 약 6분 후에 첫 박수가 터져 나오자 "감사하다"며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그럼 쑥스러우니까"라고 웃으며 굳어 있는 분위기를 푼 바 있다. 이어서도 몇 차례의 '애드리브'를 선보이며 수월하게 시정연설을 마무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빠진 본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의원들의 박수갈채로 채워졌다.

민주당 의원 등은 이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총 33차례의 박수를 보냈다. 이는 지난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할 때 35차례의 박수가 나온 이후 두 번째로 많은 박수가 쏟아진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불참해 자리가 비어 있다. 2025.11.4/뉴스1 ⓒ News1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같은 색 넥타이를 매고 오전 10시 6분쯤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도열해 있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입장을 박수로 맞았고, 이 대통령은 정청래 당대표와 처음으로 악수한 후 차례차례 의원들과 악수하며 단상으로 향했다.

김병주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입장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최민희 위원장, 여당 간사인 김현 의원과 짧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인사를 나눈 후 단상에 선 이 대통령은 약 22분간 차분하게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2026년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협조를 당부했다.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다시 도열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하며 출구 쪽으로 걸어 나갔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직전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이 있는 쪽으로 가서 일일이 악수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을 연호하며 이 대통령을 배웅했다.

지난 6월 시정연설 때 이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 한지아 의원을 시작으로 진종오, 박정훈, 임종득, 인요한, 박정한, 송언석(원내대표), 추경호, 권성동, 나경원 의원 등과 악수한 바 있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