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첫 국감 반환점 '막말·욕설' 도배…"이런 국감은 다시 해야"
최악의 법사위, 조롱에 고성 충돌…과방위 기자 퇴장 명령도
보좌진들 "밤새 정책감사 준비했는데 정쟁 묻혀 허무" 토로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정부 정책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국감이 여야의 막말과 욕설, 고성만 남긴 채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국감을 두고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견제하기보다 의원들 본인의 지역구에서 칭찬받거나 정치 스타가 되기 위한 행동을 하는 자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 관련 의혹을 파헤치는 데 집중하고, 야당은 이재명 정부를 몰아세우는 구도가 반복됐다.
여야가 정쟁으로 국감 파행을 거듭하자 현장 보좌진들 사이에선 "허무하다", "너무 힘들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연휴까지 반납하고 밤새워 (정책 감사를) 준비했는데 정쟁에 묻혀 질의조차 못하고 끝났다"며 "특정 기관에만 정쟁성 질문이 쏟아지고 다른 피감 기관들은 대기만 하다 가는데 이런 국감은 다시 해야 한다. 매년 소모전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감 시작 전부터 여야는 각각 조희대 대법원장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핵심 주제로 삼았다. 여당은 내란 종식을, 야당은 대통령실의 비선 의혹을 파헤쳐 정권 초반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을 숨기지 않았다.
국감 전부터 현안으로 떠오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대책이나 캄보디아 현지의 우리 국민 사망 사건 등은 국회차원의 대책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국감 중반에 최대 이슈로 부각한 10·15 부동산 대책,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정치권의 일치된 대응도 없었다.
여야를 떠나 힘을 합쳐야 할 통상 문제조차 정쟁으로 치달았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기획재정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엉터리 통상외교로 우리 기업들은 고율관세를 고스란히 떠안은 채 생존을 위한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이에 대해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관세 협상 같은 경우는 저희들에게 힘을 좀 실어주셔야 한다"며 "저희들이 국익 입장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유지하면서 우리 현실에 맞는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책 감사의 실종과 함께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여야 의원들 사이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빈번했다는 점이다. 가장 충돌이 잦았던 곳은 법제사법위원회였다. 국감 첫날인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놓고 여야 간 고성이 난무하며 여러 차례 파행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서로 '양치기', '셧더 마우스' 등 조롱 섞인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특히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조 대법원장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사진을 들며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주장한 장면은 정치적 행위라기보다 조롱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조용히 해", "너한텐 (반말) 해도 돼"라며 반말 논란을 일으켰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몸싸움과 거친 말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도 감정 싸움과 욕설이 등장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받은 '찌질한 놈' 문자를 공개하면서 갈등이 불붙었다.
박 의원은 "한심한 XX"라고 맞받았고, 여야는 과거 '멱살잡이' 사건까지 끄집어내며 "옥상으로 올라오라더니 안 따라온 거냐", "너 내가 이겨" 등의 막말 공방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기자들이 선택적으로 보도한다는 이유로 퇴장을 명령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감 중반에도 여야의 고성과 막말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남은 일정도 파행으로 점철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중심에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있다.
국민의힘은 운영위·법사위·행정안전위·기획재정위·국토교통위·농해수위 등 6개 상임위에서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근거 없는 낭설에 기반해 불필요한 정쟁을 유발하려 한다며 김 실장의 출석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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