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회의장 조기과열…조정식·김태년·박지원 '3파전'

7개월여 남은 의장 경선…양보 없는 물밑 경쟁
권리당원 투표 반영되는 첫 의장선거…'당심' 변수

2020년 7월 1일 당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조정식 정책위의장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7.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22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벌써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경기 시흥을·6선) 의원을 비롯해 5선 김태년(경기 성남시 수정구)·박지원(전남 해남·완도·진도군) 의원까지 3파전 양상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세 의원 모두 후반기 국회의장에 나설 마음을 굳힌 것으로 파악됐다. 일찌감치 조 의원과 박 의원이 뛰어든 가운데 김 의원이 후발주자로 나섰다.

전반기 때도 후보군 거론…조·김·박 '양보 없는 3파전'

국회의장은 관례적으로 원내 1당이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각 1명의 후보를 정한다. 이후 해당 후보에 대해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을 진행하고 재적의원 과반 찬성 시 당선된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만큼 국회의장은 주로 다선 의원으로 후보군이 좁혀진다. 임기는 2년이다.

민주당에서 전반기 의장 경선은 2024년 5월 치러졌다. 당시 현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종 후보로 확정돼 그해 6월 5일 본회의를 통해 선출됐다. 지금 시점에서 후반기 의장 경선은 7개월여 남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미 세 인사가 뛰어들어 3파전까지 형성된 것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또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길에 모두 나서도 될 법한 인사들이 셈법을 따져 속히 갈 길을 정하고 승부에 나섰다는 것이다.

세 의원 모두 전반기 때도 의장 후보에 거론된 인물들로, 이번 선거에서는 양보 없는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의원의 경우 당시 경선 후보로 나섰다가 추미애 의원으로의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완주하지 못했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은 불출마했다. 박 의원은 후보 등록 마지막 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제가 나설 때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세 의원은 의원들과 삼삼오오 만남을 갖는 등 현재 직·간접적으로 표심잡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8.2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당심 잡아야'…권리당원 투표 반영돼 선출되는 첫 의장

특히 이번 의장은 권리당원 투표가 반영돼 선출되는 첫 의장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전반기 의장 선출 후 국회의원만 참여했던 국회의장·부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선출에 권리당원 투표를 반영하는 내용의 당규 개정안을 확정한 바 있다.

재적의원 투표 80%, 권리당원 투표 20%를 합산해 과반 득표자를 선출하도록 정리한 것인데, 이에 따라 후보들은 의심(국회의원들의 마음)만이 아닌 당심(당원들의 마음)잡기에도 공을 들일 전망이다.

사실 민주당은 전반기 의장 경선 당시 친명(친이재명)계 강성 당원 지지를 받은 추 의원이 우 의장에게 패하면서 후폭풍에 휩싸인 바 있다.

우 의장에게 투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에게는 항의 문자가 쏟아졌고, 정청래 당시 최고위원(현 당대표)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 대표가 추 의원 낙선에 실망하는 당원들에게 사과 표명을 한 것인데, 바꿔 말하면 이는 우 의장 선출에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해석돼 우 의장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후반기 의장 선거는 전반기 선출 때처럼 과열 양상은 지양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령(12·3)에 있어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발언하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계엄 막은 주역' 우원식 의장, 다음 스텝 주목

한편 우 의장의 '다음 스텝'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 의장 측은 임기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일에 방점을 두는 한편 향후 행보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하마평에도 이름이 오른다.

우 의장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강단 있게 막아내는 모습으로 국민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상계엄 당시 67세였던 우 의장은 계엄 해제를 위해 진입이 막힌 국회 담을 넘었다. 모두가 흥분한 상황 속에서도 절차적 오류가 없어야 한다며 계엄 해제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매우 차분히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비상계엄 사태 직후 우 의장은 대권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만나 인사를 나눠 주목됐다.

우 의장은 지난 6일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에서 '의장 종료 후 행보'와 관련 "그때 가서 보겠다"며 "국회의원 임기는 2년 더 남았다"면서 말을 아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