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십억 들인 화물열차 탈선감지장치, 1년 넘게 꺼놓고 운행
오작동 잦자 67% 해당 컨테이너 화차 948칸 전체 차단해
정점식 "예산낭비 국민안전 위협… 근본 대책 마련해야"
- 서상혁 기자,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한상희 기자 = 수십억 원을 들여 설치한 화물열차 탈선감지장치가 제 기능을 못한 채 1년 넘게 꺼진 상태로 운행돼 온 사실이 드러났다. 선로 이탈을 감지해 비상 제동을 걸어주는 장치였지만 잦은 오작동으로 인해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운행 중인 화물열차(코레일 및 민간 소유) 6461칸 가운데 탈선 우려가 큰 컨테이너 화차 948칸에 탈선감지장치가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다. 전체 설치분의 67%에 해당한다.
그러나 2021년 8건, 2024년 12건 등 총 20건의 오작동이 발생하자 코레일은 지난해 5월부터 해당 화차 전부에서 장치를 차단한 채 운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약 28억 원을 들여 설치한 안전장치가 스스로 신뢰받지 못한 채 방치된 셈이다.
예산 낭비와 안전 불감증 논란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코레일은 애초 모든 화물열차에 장치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향후 840여 대 추가 도입에만 약 29억 원, 전체 확대 시 최대 17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특혜성 계약 의혹도 여전하다. 코레일 내부 감사 결과(2022년 10월~2023년 1월)에 따르면, 2018년 작성된 규격서에 특정업체의 특허번호를 명시해 사실상 독점 공급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사실이 확인돼 담당 직원들이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개정 규격서에서도 특허번호만 삭제됐을 뿐 해당 업체 제품만 입찰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코레일은 이에 대해 오작동을 최소화할 개선형 탈선감지장치를 실험 중이라며, 조속히 도입해 장치의 정상 작동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탈선감지장치가 제 기능을 못한 채 차단 상태로 화차가 장기간 운행해 왔다는 사실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검증 실패로 인한 반복적 오작동, 그에 따른 안전 문제, 더 나아가 막대한 예산 낭비까지 초래한 총체적 부실을 방치해 온 코레일은 강력한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열차의 탈선은 심각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위험인만큼 코레일은 더 이상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장치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철도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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