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공단, 경영평가 조작 정황…이기헌 의원 "실체 밝혀야"

"강좌 안 들어도 클릭 처리" 도급업체에 허위 지시
경영평가 대비 허위 클릭·비밀 메뉴 개발 지시

a씨가 도급업체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경영평가 실적을 높이기 위해 도급업체를 통해 허위 클릭과 데이터 조작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시병)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공단 스포츠복지팀 소속 A씨는 공단 상주 도급업체 직원 B씨에게 내부 메신저를 통해 "미이용자 대상으로 온라인 강좌 수강 클릭 처리하기" 작업을 요청한 것이 드러났다.

A씨는 대상자들의 온라인 강좌를 특정 날짜와 시간(17~21시)에 맞춰 '1회 클릭'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후 클릭 일자와 시간을 삭제한 엑셀 파일을 IT센터에 다시 전달하라고고 지시했다.

강좌클릭일자

그는 "오늘부터 일정 인원에 대해 온라인강좌 수강 클릭을 요청하겠다"며 "매월 요청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강좌를 수강하지 않은 회원을 성실 이용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조작 대상은 공단이 올해 5월부터 추진한 '2025년 스포츠강좌이용권 미이용자 및 성실 이용자 대상 수강 이벤트'였다. 미이용으로 자격정지된 회원들의 실적이 저조하자, 성실히 수강한 것처럼 수치를 조작하도록 한 것이다. A씨는 "작년 4분기에 했던 작업을 올해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해, 지난해에도 같은 방식이 반복됐음을 시사했다.

2025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따르면 공단의 스포츠복지증진사업 배점은 21점이며, 이 중 스포츠강좌 이용 확대 실적은 가중치 2점을 차지한다. 조작은 평가 점수와 직결된다.

경영평가용 ‘비밀 메뉴’ 개발

또 다른 조작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7월 스포츠이용권팀 C씨는 도급업체 직원 D씨에게 "경영평가 실사 대응용 메뉴 개발이 필요하다"며 기존 '이용권실적통계'와 혼동되지 않도록 오탈자를 활용한 '이용권실적동계' 메뉴 개발을 지시했다.

열람 범위는 공단 내부로만 제한해 지방자치단체나 장애인체육회는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 사실상 경영평가용으로 조정된 데이터를 별도로 관리하기 위한 장치였다.

C씨는 "상세내역 반영이 어렵다면 총계값만 조정하는 방식으로 협의 가능하다"고 언급하며 원데이터와 무관하게 점수를 유리하게 보정할 수 있는 기능을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헌 의원은 "경영평가는 정부 예산, 기관 평가, 인사, 성과급과 직결된다"며 "데이터를 임의로 손질하는 행위는 평가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조작 지시가 언제부터, 어느 선에서 시작돼 도급업체에까지 내려갔는지 그 실체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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