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 폐지법 상정에 "내가 사형·숙청되는 모습 지켜볼 것"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 시행 땐 방통위 폐지…자동 면직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공범…민주, 체제 뒤엎으려 시도"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26일 "내가 내 사형장에 들어가 사형·숙청되는 모습을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방통위 폐지법'으로 불리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이 상정됐다. 이 위원장은 법안 상정 전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진행되는 내내 지켜볼 것이냐'는 질문에 "역사의 기록이니까 두 눈 부릅 뜨고 내가 지켜보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이 상정된 직후 즉각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다만 곧바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제출함에 따라 이 법안은 27일 오후 민주당 주도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이 시행되면 방통위는 폐지돼 내년 8월까지 임기였던 이 위원장은 자동 면직된다.
그는 "MBC는 이미 '민노총 브로드캐스팅코퍼레이션(Broadcasting Corporation)' 또는 '민주당 브로드캐스팅코퍼레이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며 "이제 KBS 같은 경우도 '코리아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 아니라 사실상 '카우타우(kowtow·굽실거리다)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 된다. 카우타우는 완전히 머리를 이마를 땅에 찍고 굴종·복종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해임되고 면직되고 쫓겨나면 일사천리로 KBS 이사회가 바뀌고 법에 따라 3개월 안에 KBS의 경영진이 바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가치에 맞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들어와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는 방송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노총 브로드캐스팅컴퍼니가 될 것 같아 몹시 걱정스럽다"며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불의와 공범"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랜 시간에 걸쳐서 사회 구성원들이 경험과 지혜를 집결시켜 놓은 것이 법인데, 지금은 민주당이 다수가 되니까 오랫동안 축적돼 온 경험과 지혜가 무시되고 '이진숙을 쫓아내고 싶은데 안 나간다고 하면 우리가 법을 바꾸면 되지' 이렇게 법치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사실상 이건 체제 변혁이다. 혁명 아닌가"라며 "지금 사실상 체제를 뒤집어 엎으려고 하는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진숙이라는 사람을 하나 숙청하기 위해서 법을 만들다 보니까 법에도 없는 용어 '미디어'를 추가해서 얼굴에 점 하나 찍어서 사람을 지금 쫓아내려고 하고 있다"며 "굉장히 의미 없는 일에 국회의원들이 제가 보면 동원이 돼서 이런 법을 만든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위헌법률심판제청 등 법 통과에 따른 후속 대응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라가 지금 흔들흔들하고 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뭘 하겠다고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며 "불의에 저항하지 않은 것은 불의와 공범"이라고 거듭 말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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