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일방 통행에 국힘 7번째 필리버스터…22대 국회 '악순환'
국힘, 민주당 정부조직법 단독 처리 시도에 필리버스터 대응…22대 국회 벌써 7번째
당내 소수 반대 의견에도 "이 방법 밖에 없다" 현실론…새 전략 마련 '목소리'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강행 처리 시도에 국민의힘이 또다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국회 들어 벌써 7번째 필리버스터다. 의석수에서 열세에 처한 만큼, 별 방법이 없다는 현실론이 당내에 팽배하다. 하지만 소수 야당이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로는 무기력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정부조직법 개정안, 방송미디어위원회 설치 운영법, 국회법 개정안, 국회상임위원회 위원 정수 규칙 개정안이 상정되면 곧장 필리버스터에 돌입한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 등의 기능을 행정안전부로 이관하는 내용에 “막대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22대 국회 들어 벌써 7번째 필리버스터다. 대선 이후에만 지난 8월 방송법·노란봉투법 필리버스터에 이어 두 번째다. 19대 국회에서 1회, 20대와 21대 국회에서 각각 2회씩 필리버스터 정국이 열렸는데, 이번 국회 들어 급격히 늘어났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외에는 강력한 투쟁 수단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그나마 갖고 있던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카드조차 잃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안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의사 결정을 단독으로 밀어붙일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필리버스터 카드는 더불어민주당에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후 24시간이 지나면 단독으로 종결 의결을 할 수 있지만, 토론 상황이 전국적으로 생중계되는 건 부담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이견 없는 비쟁점 법안을 포함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69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는데, 국민의힘의 계획대로라면 모든 법안 통과까지 최장 70일이 걸리게 된다. 국민적 여론 악화는 물론이고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일방 통행으로 국회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는데, 이 상황에서 야당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가장 강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겠다고 하니 민주당에서 법안을 쪼개서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이 쓸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하지만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다소 기계적으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신선함'은커녕 국민 피로도만 높여 역효과만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원내지도부의 필리버스터 방침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관계자는 "야당과 협의 없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원인을 제공한 것은 맞으나, 면피성으로 필리버스터를 남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제는 '누가 몇시간 발언했다' 정도에만 관심이 쏠릴 뿐"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필리버스터와 병행할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4박 5일간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한편 오는 28일에는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장외 집회를 연다. 원내외로 전면적인 여론전에 나서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어쩔 수 없이 필리버스터에 찬성하긴 하나, 정부·여당을 압박할 의제도 지도부가 계속 연구를 해줘야 한다"며 "당내 의제를 발굴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여론전에 이용할 재료를 의원들에게 공급해 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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