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오빠" "사모님 뭐하시나"…법사위의 추락, 유행어만 남을 판

여야 강성으로만 채워진 법사위, 전체회의 열릴 때마다 고성·갈등 폭발
상원 기능 사실상 상실 '식물 법사위' 전락…"해법? 냉정히 말해 없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퇴장 명령을 한 추미애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5.9.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제 기능을 잃고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야 강성 의원들로 채워져 자제와 협치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라는 자조가 깊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사위가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깊이 있게 심의하고 조정하는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사위는 원칙과 상식, 관록을 겸비한 여야 의원들이 협치를 도모할 수 있는 장으로, 단원제인 우리 국회에서 '상원(上院)'의 역할을 자임해 왔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소관 기관뿐 아니라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오는 법안들을 본회의에 올리기 전 최종적으로 살펴보는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형식적 요건만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여야간 이해충돌을 조정하는 기회가 된다.

따라서 다른 어떤 상임위보다 법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논의를 필요로 하며 정국을 읽어내는 안목도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법사위의 활동을 보면 고성과 정쟁만 난무할 뿐이다.

법사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18명으로 구성된다. 추미애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이 9명, 국민의힘 의원이 7명, 조국혁신당과 무소속이 2명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의원들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강성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에서는 추 위원장을 필두로 간사인 김용민 의원, 서영교 의원, 장경태 의원, 김기표 의원 등이 강성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에서는 최근 보임한 나경원 의원을 필두로 곽규택 의원, 주진우 의원 등이 자리한다. 비교섭단체 몫의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과 최혁진 무소속 의원도 여당 강성파 못지않은 파워를 자랑한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나경원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2025.9.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여기에 관례적으로 '국회의장은 여당-법사위원장은 야당'이라는 룰이 깨지면서 회의가 열릴 때마다 거센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회의 진행 양상도 강 대 강 대결이 정형화돼 가고 있다.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상정하면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한다. 이를 민주당 의원들이 반박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오빠"나 "사모님은 뭐 하시나" "돌아가셨다" 등 고성과 듣기 거북한 날 선 발언이 오간다.

토론 종결 건이 표결로 처리되고, 본안건 처리에 나서기 전 국민의힘은 항의하며 퇴장한다. 그리고 회의장 밖에서는 국민의힘의 민주당 규탄 기자회견이, 안에서는 법안 처리가 이뤄지는 순이다.

여당이 상정하는 쟁점 안건들이 주로 당 강성 지지층의 요구 사항인 점도 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야권 관계자는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은 이미 할 것인데 굳이 청문회를 계속해서 열면서 관계자들을 망신 주려고 한다"며 "지지자들한테 효능감을 주고 인정받기 위해서 저렇게 하는 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강성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민주당은 지도부마저 법사위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날(22일) 처리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두고 민주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는 "사후에 통보받았다"고 공통으로 밝혔다. 원내지도부에서는 "상임위 차원의 일"이라고 덧붙였지만 당혹감과 아쉬움까지 숨길 수는 없는 모습이었다.

회의장 노트북에 정치 선동 발언을 적은 피켓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일상이 됐다. 회의장에 회의를 방해할 만한 물건 반입은 국회법에 따라 금지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국의 정치 구조에서는 법사위가 상원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서로 인정하지 않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협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해법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석수가 더 많은 당에서 조금이라도 양보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법사위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9.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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