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대통령' 정청래 띄운 국힘…속셈은 '무능한 李대통령' 부각

3대 특검 합의안 파기 과정서 與 투톱 갈등 표면화…대통령도 '참전'
野, 굿캅·배드캅 아닌 진짜 권력 갈등 판단…여권 균열 공세 집중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당탄압 독재정치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새 정부 출범 100일 만에 여당 '투톱'이 공개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 불협화음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여권 권력 최상층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가 표면화할 정도로 균열이 심각하다고 보고 이 부분에 공세의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여권 내부 파열음을 드러내기 위한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국회 본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용산의 대통령 이재명, 여의도의 대통령 정청래, 충정로의 대통령 김어준"이라며 "그러나 대한민국의 보이지 않는 대통령은 개딸"이라고 외쳤다.

여권이 행정부와 당, 스피커, 지지층으로 갈려 제각각 미묘하게 다른 메시지를 내고 있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날인 지난 11일에도 "삼권분립의 시대가 아니라 용산 대통령 이재명, 여의도 대통령 정청래, 충정로 대통령 김어준의 3통 분립 시대를 열었다"고 날을 세웠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당대표 추인을 받아서 합의했는데, 강성 당원들이 반대한다고 약속을 하루아침에 뒤집듯이 엎어버리는 당대표"라며 "어떻게 대한민국호가 제대로 흘러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모두 3대(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특검법 합의안 파기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 내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 간 극한 대립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불참 속에 3대 특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10일 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하는 대신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내용으로 합의했지만, 민주당은 불과 14시간 만에 이를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정청래 대표가 "우리 지도부 뜻과는 많이 다르다"며 원내지도부에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혔고, 김병기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와 사전 협의를 충분히 거쳤다며 "정청래가 사과하라고 하라"고 맞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미소를 짓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당초 국민의힘 내에서는 당정이 '굿캅·배드캅' 역할을 서로 분담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이 대통령이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는 '굿캅', 정 대표가 '내란 종식'을 외치며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배드캅'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이 대통령이 여야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그러나 최근 여권 내 불협화음은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권력 갈등의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국민의힘 시각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 내부에서 실제 권력 간 분열상이 뚜렷하다. 합의 파기도 '명·청 대전' 대리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며 "분화되는 여권 내 권력 갈등에 대해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른바 검찰개혁을 두고도 당정 간 이견이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지난 7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 대표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검찰개혁 주도권을 두고 충돌한 것이다. 또 당은 '속도전'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부나 대통령실은 '신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파열음을 키우는 데 집중하면서도, 공세 대상이 이 대통령과 정 대표로 분산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정 대표를 "여의도 대통령"이라며 통제밖에 있는 인물로 묘사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무능함'을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원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좋고, 정 대표는 나쁘다는 언급은 피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무능함을 부각하는 내용의 메시지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