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수정안' 폐기에 협치 급제동…여당 내 갈등도 표출

여야 합의 발표 후 민주당 안팎서 비판…'18원 후원' 등
국힘 "잉크도 마르기 전 뒤집혀"…본회의서 규탄할 듯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다. 2025.9.1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서미선 박기현 임윤지 기자 = 여야가 합의한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수정안이 11일 전격 폐기되면서 양측 협치 기류에 짙은 먹구름이 끼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전날(10일) 오후 합의된 3대 특검법 수정안은 이날 오전 파기됐다. 합의가 이뤄진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특검법 수정 요구를 수용하고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설치법에 협조하기로 했으나 이로써 합의안은 없던 일이 됐다.

합의안 파기의 주원인으로는 민주당이 강경파 의원들과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에 입장을 조정하고 나선 것이 꼽힌다.

특검법 수정안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수사 인력은 기존 안보다 대폭 줄어든 10명 안팎으로 증원하기로 하되, 내란 특검의 경우 의무적으로 재판을 중계하도록 한 것을 '조건부 허용'으로 다듬는 내용이다.

민주당 안팎은 합의안이 발표된 후 비판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을 비롯해 한준호 최고위원, 박선원 의원 등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표출했다. 수사 기간 연장이 개정안의 핵심인데 그걸 줄이는 게 맞느냐는 등의 지적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법사위 간사로 인선하는 데 협조하기로 한 것에 있어서도 '내란 주요 인물에 대한 합의를 해주면 어떻게 하나'라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다.

전날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김용민 간사를 통해 지도부에 '수정안 반대' 의사를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의원들은 강성 당원들로부터 비난·탈당 선언 문자와 '18원 후원'을 받았다 한다.

정청래 대표는 김 원내대표에게 전날 밤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이날 밝혔다. 당 내외 비토 목소리가 이처럼 거셌던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원내대표가 많이 고생했지만 지도부 뜻과는 달라 저도 어제 많이 당황했다"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9.1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번 일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양축으로 한 당내 갈등이 표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 운영의 전반적 기조에 있어 정 대표는 속도전, 김 원내대표는 속도 조절에 방점을 두고 있는 기류 속 김 원내대표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쪽으로 해석된다.

김 원내대표는 합의안이 파기됐고 본인에게 모든 화살이 돌려지는 데 대해 격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과연 원내대표가 혼자 결정했겠나"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 주재로 오전 9시 30분 열린 정책조정회의도 매우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기존 '특검법 원안(개정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어제 본회의에 상정할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내 이견이 많이 나와 다시 국민의힘에 협상을 제시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협상은) 최종 결렬된 것"이라며 "(특검법은 기존) 원안대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후 12시 30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1시 의원총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당 의견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 간 격론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8시께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밤 민주당에서 '합의 파기'를 통보받았다면서 "합의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뒤집히기 시작한다면 원내대표와 원내수석의 존재가치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국회) 정무위에서 (금감위 설치법에) 적극 협조하는 부분조차도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수석부대표는 "문자 폭탄이 민주당 의원들에게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날아왔는데, 특정 세력에 의한 조직적 합의 파기 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의 합의에 따라 접었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재검토하기도 했다. 우선은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서 민주당에 대한 규탄 입장을 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 원내대표, 유상범 원내수석, 문진석 원내수석, 김 원내대표. 2025.9.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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