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곽상언·박희승의 소신 발언이 반가운 이유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4.10.17/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곽상언·박희승 의원이 최근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곽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이자 정치 1번지 종로의 초선 의원', 박 의원은 '판사 출신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18기) 동기'라는 정도의 타이틀로 불려왔다. 그런데 최근 이들에게 '소신 발언'이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붙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언어로 바꾸자면, 두 사람은 이른바 '수박'(당론 또는 주류 다수와 이견을 보이는 인물)으로 분류될 수 있다.

곽 의원은 지난 7~8일 유튜버 김어준 씨를 공개 비판했다. 그는 "특정인(김어준)의 생각을 따르는 것을 '민주적 결정'이라 한다"며 "유튜브 방송이 '유튜브 권력자'라면 저는 그분들께 머리를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왜 민주당 '핵심 권력'인 김 씨를 상대로 위험한 발언에 나섰냐는 질문에 곽 의원 측은 "김어준이라는 메신저가 지령을 내리면 당내에서 그것이 수행되고, 거부하면 적이나 수박으로 낙인 찍히는 상황에 더는 눈치 보지 않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원들 사이에서도 곽 의원을 응원하고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는 의견이 많이 전달됐다"고 했다.

박 의원은 당의 내란특별재판부(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에 대해 위헌 소지를 우려하며 공개 반대했다. 전날(10일) 이와 관련해 일부 사과 언급을 하면서 다소 힘이 빠지긴 했지만, 박 의원은 지난 8일 "국회가 나서 직접 (법원을) 공격하고 법안을 고치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계엄을 발동해 총칼을 들고 들어온 것과 똑같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그의 파격 발언에 전현희 특위 총괄위원장은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두 의원의 발언 배경과 정치적 처지를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 다만 이들 발언은 원보이스만 강조되고, 다른 선택이나 논의 제안은 틀린 것처럼 치부되는 민주당의 분위기 속에서 나온 목소리라 의미가 크다. 불필요한 잡음은 줄여야 하지만, 민주당의 원보이스가 다소 어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정부조직법 개편을 논의한 근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안부가 아닌 법무부 소속으로 두자'는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더구나 '친명(친이재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을 제기했을 때조차 강성 지지자들은 그를 '수박'으로 몰았다. '이러다 이 대통령까지 수박이 되겠다'는 농담이 결코 가볍게만 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결국 두 의원의 목소리는 '민주당 내부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는가를 묻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원보이스는 위기 대응에서 힘이 될 수 있지만, 토론과 이견이 배제된 일사불란함은 자칫 당의 활력을 갉아 먹을 수 있다. 특히 강성 지지층의 낙인찍기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언젠가 그 칼날은 지도부와 대통령에게도 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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