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맞장' 체급 키운 장동혁…실질 성과 미지수 '한계'

야성 부각하며 제1야당 지도자 존재감 확보
공개석상선 협치, 비공개에선 강경 '냉온 전략'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에서 제1야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향후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장 대표는 약 30분간 진행된 비공개 영수회담에서 빨간 수첩을 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전 대통령 CCTV 열람을 ‘인권 침해·수사 개입’으로 규정하고, ‘더 센 특검법’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안을 "사법 파괴 시도"라고 비판했다.

야권을 겨냥한 특검 수사에 대해선 "무리한 야당 탄압" "끝없는 내란몰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청 해체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내고 수사 체계에 혼선이 가지 않도록 정부가 세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반면 대통령실 참모진과 여야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공개 회동에서는 "대화와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대통령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웃으며 악수하는 등 온건한 이미지를 부각했다.

공개 일정에선 협치 이미지를, 비공개 회동에서는 "끝없는 내란몰이" 등 강경 메시지를 내세우는 '양온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정청래 대표와 '민생경제협의체'(가칭) 설치에 합의하는 가시적 성과도 이끌어냈다.

장 대표는 부동산 공급 대책,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체포 사태, 청년 일자리, 주식양도세(대주주 기준) 등 민생 현안을 테이블에 올렸다.

불과 나흘 전 "이재명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목숨 걸고 진격해야 한다"고 외쳤던 강성 모드와는 대비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회동을 '정치 복원'으로 요약했다. 장 대표가 취임 13일 만의 독대에서 특검 수사와 여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정면 비판하며 '야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협치 명분을 쌓았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 회동을 제안하자 장 대표는 단독 회동을 요구해 관철시키며 협상 주도권을 확보했다.

장 대표의 첫 시험대는 일단 성공적으로 넘긴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할 말은 다 하고 왔다"는 반응이 나왔고, 극한 대치가 예고된 정기국회 초반 정치력과 리더십을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민주당이 '더 센 특검법' 등을 이달 내 처리하겠다고 벼르는 상황에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한 소장파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에게 요구를 전달하긴 했지만 받아들여진 부분은 없었다"며 "상법·노란봉투법 보완 필요성에는 대통령이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민생경제협의체’에선 여야 공통 공약과 배임죄 개선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다만 당장 9일 정청래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강경 발언이 이어질 경우 협의체 출범 자체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