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속옷 저항'의 추태와 집권당의 가벼움
- 임세원 기자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지금 국민의힘에는 '빤스'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한낮의 정치 무대에서 낯 뜨거운 말들이 난무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속옷 불응' 사태 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빤스'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한미정상회담, 검찰개혁, 코스피 5000 등 엄중한 단어들이 오가는 가운데 낯 뜨거운 단어가 언급될 때마다 회의장은 어김없이 웃음기가 돈다.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속옷 차림 농성 사진까지 나왔다. 사진을 가져온 황명선 최고위원은 "빤스 농성이 내란 정당 국힘의 빛나는 전통이냐"며 "빤스 정당, 내란 정당 국힘은 국민이 해산하기 전에 스스로 해체하라"고 했다.
검사 출신의 전직 대통령이 정당한 법 집행을 거부하기 위해 추태를 부린 행태는 그 자체로 국민에게 충격이었다.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판을 유머로 풀어내는 풍자 또한 자유의 영역이다.
그러나 정치인 개인을 희화화하는 데에서 그치게 된다면 전직 대통령의 '법 무시'라는 중대 사안은 일종의 밈(meme)으로 축소돼 버리고 만다. 건설적인 비판도 없고, 상대를 자극하기 위한 저속한 언어만 반복되니 더는 풍자도 아닌 유치한 조롱처럼 느껴진다. 정치인의 공적 언어와 정치적 메시지는 희화의 영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저항 장면이 담긴 CCTV 공개까지 예고했다. 표면적 이유는 '국민의 알 권리'지만, 속뜻에 '망신 주기'라는 것을 모르는 이 없다.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추태의 장면을 볼거리 삼아 꺼내 보여주며, 마치 그것이 국민을 위한‘정당한 분노’인 양 포장하는 행태는 정치 유튜브의 자극적 콘텐츠와 무엇이 다른가. 망신과 조롱을 통한 분풀이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전략적으로도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추석 전까지 3대 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강경 일변도의 트랙을 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CTV 공개까지 강행해 망신 주기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여당의 모습을 보인다면 정치혐오만 커질까 걱정이다.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하던 중도 유권자와 합리적 보수층마저 고개를 돌릴 위험이 있다. 기자가 최근에 만난 중진의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이번 CCTV 공개에 대해 "역풍이 불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느껴진다"며 자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풍자는 오랫동안 권력 없는 자들이 휘두를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지금의 풍자는 누구를 향한 무기인가. 그 방향과 쓰임과 효용 모두 애매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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