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은 공노비 사노비 혼합한 별종"…처우개선 논의 '수면 위'

'강선우 사태' 후속 대책 논의체계 마련중…법제정 제언
전 보좌관들 "보여주기식 속도전보다 합당한 개선안 천천히 논의"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금준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의원-보좌진 관계 정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후보자 지명 뒤 집 쓰레기를 치우게 하거나 변기 수리, 다수의 보좌진 교체 등 보좌진 상대 갑질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결국 사퇴했다.

이에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는 지난 15일 김병기 원내대표를 만나 문제의식을 전달하고 보좌진 처우개선 방안을 논의할 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강 후보자 사태와 별개로 당 차원에서 보좌진 처우 문제를 별도로 챙긴다는 방침이다.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전날(23일) 강 후보자 사퇴 뒤 "(김 원내대표가 민보협을) 만났을 때 그런 부분을 약속했고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이 (사태)와 별개 사안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가 현역 의원으로는 인사청문 제도 도입 뒤 처음 낙마해 민주당은 당장 이와 관련한 보좌진 의견 수렴이나 원내지도부-민보협 간 논의 일정을 잡는데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보좌진 사이에서는 업무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일반적인 근로자'처럼 대우받게 해달라는 등 요구가 나온다.

A 보좌관은 "보좌진 처우와 직업적 불안정성 문제의 근본 원인은 근로기준법과 별도로 적용되는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기반하기 때문에, 업무 특수성을 감안해도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별도 법 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 근로자처럼 대우받고 보호받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공노비도, 사노비도 아닌 무언가를 혼합한 별종"이라고 토로했다.

B 보좌관도 노동자성 인정과 함께 의원의 인식 개선 필요를 거론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이 안 돼 문제"라며 "의원들이 각성해야 하는데, 본인이 하는 게 갑질인지 아닌지 인식도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보좌진 출신 정치평론가들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20년간 보좌관 생활을 한 정치평론가 C씨는 "보좌진의 법적 지위는 국회보좌직원및의원수당법에 기반을 두는데 그런 제도적 부분과 함께 처우 부분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강 후보자 사태를 계기로 '보여주기식 속도전'을 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C씨는 "강 후보자 사태를 계기로 반작용, 보여주기 식으로 논의를 진행하면 의원들도 감정이 상할 수 있다"며 "민보협이 시기를 정해 의제를 정리하고 차분하게 논의해야지, 이 시기를 이용하려 들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봤다.

10년 넘게 국회 생활을 한 정치평론가 D 씨는 "의원-보좌진 관계는 문화의 문제로, 상대에 대해 갖는 동지의식, 존중 부분이라서 (제도적) 명문화를 하는 게 사태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합당한 제도 개선은 천천히 논의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D씨는 "예를 들어 '사적 심부름 금지'를 명문화할 때 제도적으로 그 영역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며 "의원과 보좌진의 동지적 관계가 문서화되면 고용-피고용 관계가 돼 경직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강 후보자를 비판하며 발의 방침을 밝힌 '강선우 방지법'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지아 의원 등이 추진하는 이 법은 사적 심부름을 부당 지시로, 부당 업무배제 등 행위를 직장내괴롭힘으로 명문화하는 등 내용이다.

해당 법에 대해선 A 보좌관도 "국민의힘도 (의원과) 보좌진 관계가 수직적이고 위계적인데 갑질 방지법을 얘기할 자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smi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