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대통령실·당 교감 거쳐 전격 사퇴…"누군가는 사퇴 얘기해야"

이미 당 안팎 기류 심상치 않아…강 "큰 채찍 받아들여 성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7.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서미선 금준혁 임윤지 기자 =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직을 전격 사퇴한 가운데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1시간 전쯤 대통령실은 물론 당 지도부와도 교류를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다. 이때쯤 강 후보자는 당 지도부와도 교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강 후보자가 사퇴 전 당 원내지도부에 먼저 통보를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원내지도부에서 이런 사실을 당대표 후보자들인 정청래·박찬대 의원에게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은 이와 관련해선 "사실이 아니다"고 공지했다.

박 의원은 이날 강 의원에 대한 사퇴 촉구 글을 3시 30분쯤 게재했는데 이로부터 17분 가량 지난 3시 47분쯤 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퇴의 글을 올렸다. 그는 "많이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잘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며 "큰 채찍 감사히 받아들여 성찰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강 후보자 사퇴는 한편으로는 놀랍지만 실상은 시간 문제였다는 게 당 안팎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 강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최종 시한이 24일이었던 만큼 사실상 단 하루만 버티면 강 후보자는 장관직에 오를 수 있었으나 사퇴를 결심했다.

일찌감치 일각에서는 강 후보자를 당에서 설득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기류는 심상치 않았다. 당과 대통령실은 이날 각각 "강 후보자와 당 원내지도부 간 자진사퇴 발표 전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실 비서관(김현지 총무비서관)이 먼저 (강 후보자에게 사퇴해야 할 것 같다고) 연락을 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으나 충분히 그럴만한 분위기가 형성됐었다는 뜻이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 1시 30분부터 20분 가량 개최된 의원총회에서도 강 후보자의 기역(ㄱ)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하나 전날(22일) 의원들 사이에서는 강 후보자 사퇴에 대한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강 후보자 사퇴 필요성에 대한 기류는 계속 있었다"며 "어제도 '누군가는 앞장서서 강 후보자 사퇴 얘기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의원들 사이에서 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당의 가교 역할을 맡는 정무수석실의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이 이날 국회에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강 후보자 논란을 두고 묘한 기류도 감지됐던 터다.

전날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강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논란에 대해 언급하면서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관계에 있어서의 갑질은 약간 성격이 다르다"고 발언한 데 대해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 보좌진들이 모인 익명 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는 강 후보자에 버금가는 의원의 갑질을 폭로할 것이라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게시자는 의원 이름은 밝히지 않고 "반성문을 쓰지 않으면 당신의 만행을 터트릴 것이다. 강선우도 울고 갈 갑질들"이라고 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