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요한 건 아래를 향한 충의다"…강선우의 '인생 기회'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5.7.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은 인간관계에서도 통한다. 다양한 관계가 공존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밋밋한 관계보다 차라리 몇 차례 뒤틀림을 겪고 복원하는 것이 사이를 더 단단하게 한다.

'진솔함'은 전제 조건이다. 그 진솔함은 때로는 말로, 때로는 행동으로, 부족하다면 말과 행동을 아우르는 모습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늘 부족한 건 용기이고, 넘치는 건 자존심이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용기를 내는 사람에게 감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사람이 권력을 쥔 자라면 감동은 몇 배가 된다. 지금 장관 임명에 어려움을 겪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관한 이야기다.

강 후보자는 장관으로 지명됐을 때만 해도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았다.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 누구보다 약자의 편에 섰던 인물로 기억됐기 때문이다.

상황은 보좌진 갑질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급변했다. 동료 의원들은 하나같이 "강 의원이요?"라며 믿지 못하는 반응이었다. 지난 5년간, 그 이상 지켜봤던 강 후보자의 모습에서 '갑질'이란 단어가 등장할지는 상상도 못 한 눈치였다.

중요한 것은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보좌진의 동료들 반응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원을 빛나게 하는 이들, 동병상련으로 서로의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이들, 삶을 위해 이념을 뒤로하고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이들 중 누구라도 '강 후보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옹호가, 이에 관한 연대의 목소리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된 피해 보좌진과 동료가 나눈 SNS 대화에서는 동료의 이런 답장이 눈길을 끌었다.

"또 강이야?"

적어도 동료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그의 '갑질'이 낯설지 않았다는 것의 방증이자, 지금껏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은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24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빠르면 25일 그는 이재명 정부 첫 여가부 장관이 될 것이 유력하다.

이틀이란 시간이 가기 전 강 후보자가 인간관계에 있어서 위기 이후에 오는 '기회'를 잡았으면 한다. 그 '기회의 문'은 어떤 형태가 됐든 강 후보자와 대통령을 지키고, 정권을 견고하게 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피해자를 찾아 진솔함을 담아 몇 번이고 사과한다면 두 번째 '기회의 문'은 그의 앞에서 자동으로 열릴 것이다. 그리고는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면 된다.

"상관에 대한 충의는 흔히들 말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부하에 대한 충의다. 이것이 한 인간을 위대하게 남게 했다" 미군 역사상 최고 명장으로 평가받는 조지 S. 패튼의 말이다.

강 후보자가 위태롭자 동료 의원들은 "현역 의원 불패(인사청문회가 도입된 후 현역 의원이 장관으로 임명되지 않은 전례는 없다)가 깨지는 사례로 기록될 텐데 그럼 정치생명도 끝이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아니다. 그가 지난 시간을 발판 삼아 남은 의정 활동 기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의 정치생명은 반대로 '무한대'로 늘어날 것이다. 강 '의원'이 더 큰 정치인으로 장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