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영남·친윤' 지도부 국힘…안철수 혁신위 '물음표'

탄핵 후 첫 비대위…친윤 색채 옅어졌지만 구도는 여전
安 중수청 등용·혁신 약속…"메스 없다" 실효성엔 의문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재 정책위의장, 김 원내대표, 정점식 사무총장. 2025.7.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국민의힘이 탄핵 이후 첫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지도부가 다시 '영남권·친윤(윤석열)계' 중심으로 짜이면서 쇄신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은 혁신 전당대회를 예고하며 개혁 작업을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혁신위원회에 넘겼지만, 정작 '실권 없는 혁신위'라는 회의론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4일 야권에 따르면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3선·경북 김천)는 전날 정책위의장에 김정재(3선·경북 포항 북구) 의원, 사무총장에 정점식(3선·경남 통영·고성) 의원을 임명했다.

당의 핵심 지도부 3명이 모두 영남 지역구이자 구 친윤계 중진으로 채워진 것이다. 직전 '친윤 핵심 투톱 체제'에 비해 색채는 다소 옅어졌지만, 여전히 '친윤·영남' 중심의 구도라는 평가다.

검사 출신인 정 사무총장은 윤 전 대통령의 임관 동기로 가까운 친윤 중진으로 꼽힌다. 김 정책위의장 역시 윤 전 대통령 당선인 시절 특별보좌역을 지냈다. 두 사람 모두 윤 전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집결했고, 탄핵 기각·각하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 앞 시위에도 참여했다.

정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부총장도 전략기획부총장에 구자근 의원(재선·경북 구미갑), 조직부총장에 서지영 의원(초선·부산 동래) 등 영남 의원들이 맡았다.

한 초선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자 대부분이 친윤 인사들"이라며 "쇄신과 변화는 말뿐이라는 게 인선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진정한 쇄신을 하려면 친윤계가 2선 후퇴하고 차기 총선 불출마도 검토해야 한다"며 "뼈를 깎는 각오 없이 '똘똘 뭉치자'는 말만 반복하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8월 중순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한 달 반 임기의 관리형 비대위지만, 탄핵 후 첫 비대위에서 혁신 의지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 출범에도 당내 기대는 낮은 편이다. 안 의원이 "중도·수도권·청년 중심의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혁신위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친한(한동훈)계에서도 회의론이 감지된다. 한 친한계 의원은 "안 의원이 탄핵 표결 때 혼자 찬성했지만, 이후에는 메시지가 불명확하다"며 "탄핵 반대와 대선 후보 교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지 않으면 어떤 쇄신안도 공감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인 안 의원이 취임 일성으로 "국민의힘은 코마 상태다. 메스를 들고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안 위원장에게는 메스가 없다"며 "혁신위가 아무리 지고지상의 안을 만들어내도 당대표와 당이 밀어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고 했다.

실제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 패배 직후 제시했던 △9월 초 전당대회 개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민심·당심 반영 절차 확립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 5대 개혁안 가운데 관철된 것은 9월 전 전당대회 개최 뿐이다. 나머지 핵심 과제는 당내 반발에 막혀 무산됐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순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ngela0204@news1.kr